[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상위 보고 대상인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미처 생각 못했다"고 밝혔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2, 119, 120다산콜센터에도 죽어간다며 (구조 요청을) 보냈는데 왜 대응을 하지 않고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냐"며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참사를 인지한 시점 이후로 택시 안이나 (도보) 이동 간에 모든 경력 동원을 하면서 선조치를 우선했는데 그 당시에 보고 부분 생각을 미처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오후 8시 37분에 서울청 상황실에서 소방본부에 공공 대응하자고 요청했으나 소방청에선 아직 사고가 안 나 투입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래서 서울청이 9시1분에 또 요청을 했는데, 제대로라면 소방본부 총관리 책임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이 병력 투입을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8시 40분에 참사현장 바로 옆에 있는 녹사평역에 경찰 1개 중대가 있고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동에는 집회와 시위가 없었는데도 2개 중대가 있었다"라며 "아직 들어가지 않고 빈집인 대통령 관저에도 200명의 기동대가 있었는데 이 병력 중 1개 중대만 8시, 9시, 9시 30분에라도 투입했더라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동의하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청장은 "상황실에서 빨리 인지를 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실과 집회 관리에 집중된 용산서의 경비 대책에 대해 김 청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천 의원은 "한 시민이 신고한 오후 6시34분부터 재난 징후가 뚜렷했고 참사 직전까지 112에만 11건의 구조요청 신고 들어왔으나 아무도 제대로 대처 안했다"며 "당일에도 경찰력은 집회시위 대응 등 대통령실 경호·경비, 마약단속에 집중됐는데 서울청은 29일 경비계획에 집무실 절대 안전 확보를 강조했는데 맞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청장은 "그 부분은 경비대책"이라고 짧게 답했다.
천 의원이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 배치 예정이었던 20명의 교통 기동대를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9시 30분에 투입한 이유를 묻자 김 청장은 "식사를 하면서 1시간 지체된 걸로 알고 있다"며 교통 기동대가 그 전에 용산 일대 집회·시위 관리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천 의원은 "전반적으로 보면 갑작스런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서의 주요 업무가 변경됐다"며 "연도경호를 포함한 대통령실 경호·경비에 집중된 것이 맞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김 청장은 "대통령실이 청와대에 있을 때 종로서가 그런 역할을 햇고 그 부분은 용산서에서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고, 주요 업무가 대통령실 경호·경비인 것이 맞냐고 천 의원이 재차 질문하자 침묵했다.
이에 천 의원이 대통령 출퇴근 시 아침·저녁으로 하는 연도경비가 용산서의 부담으로 이어지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김 청장은 "그것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천 의원은 "매일 두 번씩 연도 경비 하기 때문에 많은 경찰들이 거기 동원되는게 현실이고 결과적으로 용산서가 대통령실 경호경비에 부담이 커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무게중심이 치안과 안전관리에서 대통령실로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참사를 인지하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10분 동안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며 "어떤 지시와 지휘를 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청장은 "오후 11시 36분에 전화 받고 바로 집에서 나와 택시를 부르고 그 상황에서 경비과장과 기동 본부장에게 바로 경력 동원을 지시했다"며 "생활안전 112실장한테도 인접 경찰서의 교통이라든지 형사들을 대거 동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