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들레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유족 동의도 없이 10.29 참사 사망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해버린 인터넷 매체에 대해 비난이 커지고 있다.
14일 친(親)민주당 성향으로 알려진 한 인터넷 매체는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망자 155명(이달 초 기준) 전체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민들레는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허락없이 명단을 공개한 것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에 다수 누리꾼들은 "저게 악마다" "어떻게든 정치에 악용하려는 부끄러움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특히 실제 유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당장 글 내려라, 내가 원치 않는데 당신들이 뭔데 공개하나"며 글을 내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10.29 참사로 삼촌을 잃었다고 주장한 A씨는 “유족 동의도 없이 이런 짓하는 게 정녕 옳은가.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게 유족 아닌가? 자기들 목적을 위해서는 법도 어기고 피해 당사자인 유족 말도 무시해도 되는 거였나"고 반문했다.
이어 A 씨는 “악보다 그릇된 정의가 무섭다는 말이 실감 난다. 자기들이 정의라고 생각하면 유족이고 법이고 다 무시하냐. 그리고 이게 희생자를 위한 거라며 합리화하냐. 저희 삼촌이 언제 그 쪽에게 공개해달라고 했냐. 하늘 보고 대화라도 하셨냐?”고 적었다.
또 사망자 명단 공개 찬성론자로 보이는 누리꾼이 "(사망자에게) 직접 물어봤냐? 대형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하는데 유족 동의 받는단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는 댓글에 대해 아들을 잃었다는 B씨는 "내 아들이 죽었다. 이게 정상적으로 추모하는 것으로 보이나"며 울분을 표했다.
한편 일방적인 명단 공개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분명한 2차 가해"라며 "어떻게든 유족을 자꾸 모아서 무언가 정치적 도모를 하려는 사람들이 자꾸 저런 일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측도 유감을 표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다. 누차 밝혔듯이 정의당은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