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의 책임소재 범위를 놓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28.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27.0%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통령실은 치안 부재를 노출한 일선 경찰로 책임을 돌리며, 이상민 장관 문책조차 머뭇거리고 있다. 이 장관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수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내각의 핵심이다.
1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6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8.3%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이 물러나야 한다"(27.0%),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을 경질해야 한다"(22.0%), "책임을 물을 필요 없다"(16.1%)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6.7%였다. 특히 60대 이상, 대구·경북(TK), 보수층,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최소한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의 경질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해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겼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놓고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에 대해 사퇴·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도 이들에 대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선 이들 3인 외에도 '선출직'이지만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대규모 인파 운집 행사의 관리 주체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엄중한 대국민사과를 촉구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성난 여론에 밀려 문책론과 자진사퇴론이 터져나왔다.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은 "윤희근 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이상민 장관은 사고 수습 후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외신과의 간담회에서 웃으며 농담을 하는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한덕수 총리를 향해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 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은 정부를 재구성하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내각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경찰청장, 행안부장관은 빠른 시일 내 정치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수습의 명목으로 문책이 늦어지면 정부도 흔들리게 된다"고 가세했다.
당사자인 한 총리와 이 장관, 윤 청장은 '수습이 우선'이라며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도 했다. 책임론이 이상민 장관 등 내각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였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8일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무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후진적"이라고 평가하며, 대신 참사를 막지 못한 경찰의 부실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이태원 참사의 책임소재 범위와 관련해 20대부터 50대까지는 '내각 총사퇴'를 첫 손에 꼽았다. 20대 '내각 총사퇴' 30.4%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2.3%, 30대 '내각 총사퇴' 27.8%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5.3% 순이었다. 특히 40대에서는 '내각 총사퇴'를 선택한 응답이 40%를 넘었다. 40대 '내각 총사퇴' 40.5%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5.8%, 50대 '내각 총사퇴' 34.6%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8.8% 순이었다. 반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의 사퇴'를 선택한 응답이 29.9%로 가장 높았다. '내각 총사퇴'를 원하는 응답은 15.9%로 3순위로 밀렸다. 60대 이상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9.9% 대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26.3% 대 '내각 총사퇴' 15.9%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과 대전·충청·세종,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내각 총사퇴'가 1순위였다. 경기·인천 '내각 총사퇴' 33.2%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30.0%, 대전·충청·세종 '내각 총사퇴' 29.5% 대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25.0%, 광주·전라 '내각 총사퇴' 36.8%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33.2% 순이었다. 보수진영의 강세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내각 총사퇴' 응답이 27.0%로 가장 높았다. 부산·울산·경남 '내각 총사퇴' 27.0% 대 '총리·행안장관·경찰청장 사퇴' 23.6% 대 '행안장관·경찰청장 경질' 22.9%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의 사퇴'가 1순위로 올라섰다. 서울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7.6% 대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25.7% 대 '내각 총사퇴' 22.1% 순이었다.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에서는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응답이 30.2%로 가장 많았다. 대구·경북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30.2%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25.5% 대 '내각 총사퇴' 21.3% 순이었다. 강원·제주의 경우, 모든 지역 중 유일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3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의 사퇴'를 원하는 응답이 30.7%로 가장 많았다. 중도층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30.7% 대 '내각 총사퇴' 23.8% 대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23.4% 순이었다. 보수층에서는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응답이 33.5%로 가장 높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응답도 29.0%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진보층에서는 '내각 총사퇴' 응답이 45.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진보층 '내각 총사퇴' 45.9%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33.6% 대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11.1% 순이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보수층과 비슷하게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38.9% 대 '책임을 물을 필요 없다' 32.8%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10.2% 순이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진보층과 유사하게 '내각 총사퇴' 48.8% 대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사퇴' 37.6% 대 '행안부장관·경찰청장 경질' 9.2%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58명이며, 응답률은 4.0%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