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업계 1위 업체인 KCC는 3분기 매출액이 1조74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8%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964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9.7% 떨어졌다. 실리콘 업황이 영향을 끼쳤다. KCC 매출에서 실리콘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고 있는데 유기실리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줬다. 대신 페인트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오히려 늘었다.
노루페인트는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비 3.1% 증가한 1857억원, 영업이익은 10.7% 오른 7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완화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를 불러왔고, 원유 수요를 위축시키며 국제유가가 하락 안정세를 보였다"며 "국제 유가의 안정세는 페인트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을 완화했고, 이는 페인트 업계의 이익개선 효과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3분기 삼화페인트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화페인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5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억원, 당기순이익은 43억원을 기록했다. 삼화페인트는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실적 회복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강남제비스코의 3분기 매출은 15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으나 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광페인트의 3분기 매출은 60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1% 늘었으나 역시 26억원의 손실을 냈다. 강남제비스코 관계자는 "평택공장 준공 관련 비용 지출이 늘어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며 "공장도 어느 정도 안정화됐고 공급물량도 늘어나면서 앞으로 실적이 많이 개선될 것이다. 내년에 분위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5개사는 유가 안정으로 원재료 부담을 던 것이 영업이익에 도움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도료는 수지로 만드는 데 수지가 기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가에 매우 민감하다. 유가에 따라 페인트업체의 비용이 크게 좌우되는 격이다. 또한 재료의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다만 페인트업계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건설량이 줄고 공장 증설이나 리모델링 공사가 줄면 또 다시 혹한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장 증설이 줄어드는 영향이 더 크다. 도료의 경우 건설에 쓰이는 도료보다 공장 등에 쓰이는 도료가 더 값이 비싸고 사용량도 많다. 예컨대 아파트 벽에는 0.01mm 두께의 페인트가 사용되지만 공장 바닥재에는 3cm 두께의 페인트가 사용된다. 같은 넓이라고 하더라도 공장에서 쓰이는 페인트 양이 훨씬 많은 것이다. 게다가 공장에는 화재로부터 철골부재 등을 보호하는 내화페인트를 사용한다. 이 내화페인트의 경우 일반 도료보다 가격이 높기 때문에 공장 건설량에 따라 페인트업계의 매출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축쪽 도료 업황이 나쁘지 않았다"며 "대신 내년부터는 페인트업계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경우 기업 설비투자가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페인트업계에 이 부분이 가장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