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우윳값 인상과 함께 우유를 사용하는 커피, 빵류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등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밀크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가능성은 낮다'며 선을 긋고 있다. 올해 이미 커피, 빵류 가격이 인상된 점과 제조 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송대란 가능성 여파와 세계적 인플레이션,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비롯해 인건비 등 제반비용이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6500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달걀 값과 관련해서는 특별사료구매자금, 살처분 농가에 대한 재입식 자금 지원 등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우유로 인한 '연쇄 인상' 우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이미 커피·빵류의 가격 인상이 있었던 점과 빵 등의 제조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밀크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22일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제빵 전문점의 가격 인상 동향을 파악했을 때도 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원유 기본가격을 10월 16일부터 소급하는 등 리터당 49원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3원을 추가해 총 52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생산자와 유업계의 가격조정 협상이 길어지면서 8월부터 조정된 가격을 적용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10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리터당 999원, 내년 1월 1일 이후에는 리터당 996원이 음용유용 원유에 적용된다.
유업체에서는 마시는 흰우유 가격을 약 6.6%~9.6% 인상했다. 서울우유는 11월 17일부터 리터당 180원 올린 2890원을 받고 있다. 매일유업은 900ml당 250원 올린 2860원, 남양유업에서 230원 올린 2880원이다.
이에 따라 5%대의 높은 물가 증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관리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흰우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원유가격 외의 생산비 가격 상승폭이 흰우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리터당 생산비 증가액은 52.35원으로 2020년(18.67원)과 2021년(33.68원) 증가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사료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원유 기본가격 인상은 사료가격 상승 등에 따른 2년(2020~2021년) 간 생산비 증가분 52.35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시는 흰우유 가격 상승은 원유가격 상승 외에도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 제반비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 밖에도 전반적인 국내 경제 상황과 유제품 소비 위축 우려 등 경영 상황, 정부의 가격 인상 최소화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국제 곡물 가격 등 생산비 상승에 따라 원유가격이 오른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인상폭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9월 기준 미국의 원유가격은 전년비 33.3%, 유럽연합은 46.1% 상승했다. 4분기 기준으로 탈지분유 국제선물가격 상승률은 전년보다 33.7% 높은 추세다.
다만 오는 24일 예고된 화물연대 노조 파업 여파로 향후 유통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점도 남는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화물연대 노조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대리점에서 재고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파업의 장기화 수준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의 중장기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
제도 시행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가격이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원유 수급상황이 과잉인 경우 생산비 상승에도 원유 기본가격을 인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가공유 가격은 리터당 800원을 적용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올해 이미 커피, 빵류의 가격 인상이 있었던 점, 빵 등 제조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우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형마트 우유 코너. (사진=뉴시스)
◇ 고병원성 AI에 '달걀 값' 또 불안
최근 달걀 가격 상승세와 관련해서도 대책 마련에 나선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달걀 30개(특란) 가격은 6585원으로 전년대비 10% 상승했다. 평년 대비로는 17.3% 높은 상황이다.
지난 10월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18건 발생하면서 수급불안심리가 작용한 여파다. 다만 실제 산란계(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키우는 닭) 농장은 3건, 살처분은 35만 마리(전체 사육마릿수의 0.5%)에 그친 상황이다.
지난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관측속보를 봐도 2분기 산란계 입식 및 도축마릿수를 고려할 때 12월 달걀 생산량은 전년·평년보다 많은 4550만개 수준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고병원성 AI 확산을 우려하는 수급 불안심리 등으로 인해 산란계 농가의 희망 수취가격 인상, 유통업체의 재고 확보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인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특별사료구매자금, 살처분 농가에 대한 재입식 자금 등을 지원해 국내 생산기반을 지속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축질병 발생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국내 생산기반 조기 회복을 위해 항공료 지원 등을 통해 산란계 병아리·종란을 신속히 수입해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공급 부족 상황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2020년, 2021년 겨울철 사례와 같이 신선란을 직접 수입하는 등 충분한 양의 계란을 즉시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올해 이미 커피, 빵류의 가격 인상이 있었던 점, 빵 등 제조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우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농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