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약을 먹으면 체내 HIV바이러스(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감염 가능성도 없다는 게 보견의료계의 임상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에 관한 위헌제청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대리인단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한가람 변호사는 변론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변호사는 "해당 법에서 말하는 '체액', '전파 매개행위'라는 법 조항의 문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요구되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라고도 지적했다.
소위 에이즈예방법이라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에 따르면 에이즈에 감염된 자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전파 매개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이 법은 성관계라는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가 형벌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논란이 돼 왔다.
11월 1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된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사진=HIV 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에이즈예방법을 합헌이라 보는 측은 형사처벌로 인해 사후적 감독과 규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소수의견을 통해 "HIV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감염인의 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행위를 막아서 다른 사람의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그 다음 대책이 감염의 조기 발견 및 치료"라고 했다. 이어 "전염병이 타인에게 사전에 감염되지 않게 하는 것이 '예방책'이고 감염 후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하는 것은 '수습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이해관계인측인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감염인의 기본권 제한뿐 아니라 감염인이 되거나 될 우려가 있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의 보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나선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감염인이 치료를 잘 받는다면 혹시 모를 전파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염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변호사도 "감염 위험이 없음에도 이 조항이 감염인의 성 접촉을 처벌해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감염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법정형이 벌금형 없는 3년 이하 징역인 것은 과중한 형벌로써 결핵 등 다른 감염병과 비교했을 때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실제 법 집행 실무는 전파 가능성이 0이라고 일반화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라며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현 법제는 현재 의과학적 사실과 맞춰 정합적이지 않은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에이즈예방법은) 오히려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조기검사, 치료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깃발.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