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대웅제약(069620)이 250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투자한 미국 파트너사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치료 적응증 임상시험 2상을 실패한 데 이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습니다. 파트너사의 지갑 사정이 나빠지면서 대웅제약의 지난해 순이익은 수직 하락했습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이 수익성만 갉아먹은 꼴입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2020년 미국 기업 이온바이오파마에 2500만달러 규모 전환사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에선 한화로 약 297억원에 달하는 투자였습니다.
대웅제약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온바이오파마 전환사채 투자금은 263억원의 장부 금액으로 기재됐습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치료 적응증 미국 진출을 위해 2019년 손을 잡은 기업입니다. 대웅제약과 지주사
대웅(003090)은 각각 6%, 16.46% 지분을 쥐고 있습니다. 보유지분율이 20% 미만이라 관계 기업 기준에 해당하진 않지만, 이사회 진입 경영에 참여해 대웅제약 사업보고서에선 이온바이오파마가 관계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만성 편두통 예방치료 적응증으로 나보타 임상 2상을 진행했다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결국 나보타의 치료 적응증 임상을 중단했습니다.
파트너사의 임상 실패가 대웅제약에게 안겨준 건 나보타 치료 적응증 미국 진출 좌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온바이오파마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대웅제약 실적을 떨어뜨린 겁니다.
지난해 대웅제약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4227억원, 1479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반면 순이익은 233억원으로 전년 1200억원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대웅제약 수익성이 주춤한 데에는 358억원에 달하는 이온바이오파마 손상차손 반영도 일조했습니다. 여기에 대웅제약이 미수수익에 대한 대손충당금으로 인식한 약 26억원까지 더하면 이온바이오파마로 인한 손실 규모는 더 커집니다.
대웅제약 사옥. (사진=대웅제약)
향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대웅제약 사업보고서에서 확인 가능한 이온바이오파마 자산총액은 약 46억원입니다. 부채는 자산의 10배에 달하는 46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재무 상태가 취약한 와중에 실적, 주가 유지 등 뉴욕증권거래소가 정한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지 못한 이온바이오파마는 상장폐지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대웅제약은 총 3000만달러 규모의 이온바이오파마 전환사채가 주식전환 조건을 성립하자 2023년 7월 전환을 결정해 주식 240만주를 취득했습니다. 만기 도래 시점에서 주식으로 대신 상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성격을 노린 결정입니다. 결과적으로 2500만달러로 시작된 전환사채 투자가 주식 취득으로 이어졌고, 이온바이오파마는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사 지위를 잃을 지경에 놓인 겁니다.
대웅제약은 이런 상황에서도 이온바이오파마와의 파트너십을 이어간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나보타 치료 적응증 임상을 중단한 이온바이오파마와 파트너십을 유지할지 묻는 질문에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은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답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