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출근길 문답 총정리 - 쇼통 파산하다

입력 : 2022-11-25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시켰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헌정사 최초의 ‘출근길 문답’이 시행 6개월, 60여회 만에 중단된 것이다. 
 
1. 왜 중단되었나? 
대통령 : 가짜 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형태를 보였기 때문에….
기자 :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
 
윤 대통령도, 현장의 기자도, 대통령실 홍보비서관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비약하고 말았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했을지라도 결과는 기대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정치는 최종적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면담 이후에 비속어 논란에서 시작하여, MBC 방송사에 대한 과도한 공격,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그리고 출근길에서 다시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MBC를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기자하고 말싸움이나 하는 약식문답이 되어 버렸다. 
 
2. 꼭 필요한 제도인가? 
윤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역대 대통령과 차별되는 첫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청와대에 단 하루도 살지 않기로 했다. 당선인 신분은 집무실 이전에 관한 권한도 예산도 없다. 윤 당선인은 현직 대통령과 우격다짐 끝에 관철시켰다. 공간이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용산 집무실은 시작부터 달랐다. 가장 큰 명분으로 포장된 ‘국민과 소통’으로 1층 기자실 설치와 ‘출근길 문답’이었다. 첫 출근길 시작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상당수의 국민도 새로운 형식을 반겼다. 다만 정치를 아는 전문가와 경험자들은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드러날 것을 염려했다. 
 
원론적으로 대통령의 언어는 정부의 공식적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의 수반이다. 대통령의 말은 형식의 엄격함과 내용의 신중함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은 ‘제왕의 말’이어야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정기적인 기자회견이 아닌 일상의 문답을 위해서 대변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당장 윤 대통령이 직접 출근길에서 문답하니, 대변인은 할 일이 없다. 현 제도에서는 대변인의 무덤이다. 지금은 김은혜 홍보수석이 대변인을 겸직을 하는 셈이다. 초기의 시행착오 정도로 위로하고 넘어가기에는 시스템적인 결함이 크다.
 
이 같은 형식으로 출근길 문답을 하는 대통령은 없다. 미국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을 활용해서 약식 기자회견을 한다. 단지 휴가를 가든지 이동하는 수단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아주 간단한 문답을 하는 예는 있다. 그런 경우에는 그날의 가십거리나 아주 간단한 문답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처럼 매일 매일 정치쟁점을 물어보는 약식 기자회견은 사례가 없다. 
 
3. 운영할 능력은 있었나? 
실제로 윤 대통령은 정치초보자가 아닌가. 검사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대통령 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맞서 싸웠다는 결단의 이미지 하나로 대통령으로 벼락출세한 셈 아닌가? 정치경력 9단쯤 되어야 정치의 생리도 알고, 거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여유롭게 대응하면서 한술 더 뜨는 유머와 재치로 국민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정치신인이 감당할 수도 없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마음만 앞서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참신한 브랜딩을 만들었지만, 스스로 그 무게와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선언을 한 것이다. 
 
4.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동안 출근길 문답 과정에서 여러 번의 잠정 중단이 있었다. 대통령이 곤란할 때는 며칠씩 건너뛰었다. 말썽 많은 장관 인사청문회 직후, 비속어 발언 파문 직후, 10.29 할로원 참사 직후도 중단되었다. 결과적으로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준 적도 없고, 잘 운영할 형식도 만들지 못했고, 내용상으로도 이끌어 나갈 능력도 없는데, 국민과의 소통 장치라는 명분 하나로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장 눈앞의 현실에서 일어난 출근길 문답 중단을 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비판과 협력이라는 긴장된 관계가 기본이다. 결론적으로 출근길 문답이라는 제도는 운용의 준비도 부족했고, 헤쳐갈 능력도 없었다. 소통은 보여주기식 쇼통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깊은 성찰과 함께 언론자유의 원칙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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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