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사측에 반발하며 오는 30일 주간근무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날과 28일 진행되는 두 차례의 노사 본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경우 6년 만에 지하철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1년 넘게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서울교통공사의 대규모 인력 감축안을 발표하자,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파업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노사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노사특별합의를 체결하며 극적으로 파업이 철회됐지만 1년여 만에 다시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노사는 지난 5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지하철 심야 연장운행 재개에 따른 안전인력 확보를 위해 300명의 인력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5월27일 체결된 노사합의서를 보면, 열차 운행시간 조정에 따른 안전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장기결원 인력을 충원하고 기관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승무분야 인력을 증원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6월 정부와 서울시 방침이라며 2026년까지 정원의 10%에 가까운 1539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돌연 제시하며 갈등이 재점화됐다. 이 때문에 노조는 서울시가 당시 합의를 번복하며 노사 갈등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수송 서비스로 인한 만성 적자에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급감하며 1조원대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재무구조 악화와 인력 변동은 노선연장,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확대, 안전업무 직영화, 심야 연장운행 시행 등 정부 정책 및 시책에 따른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을 이유로 획일적인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노조는 나 홀로 근무 해소, 밀집 방지 안전 인력 충원, 구조 개선 등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운행하는 지하철 1~8호선 265개역에는 1060개의 근무조가 있는데, 413개의 역이 2인 근무조다. 10개 조 당 4개 조가 2인 근무인 셈이다.
2인 근무를 하게 되면 순찰과 민원 등의 업무를 각각 1명씩 나누게 되는데, 이는 신당역 사건의 원인으로도 꼽혀왔다.
안전 업무 외주화의 위험성도 지적됐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공사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 방침을 내놓으며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사가 지난 이태원 참사 이후 출근 시간대 혼잡 역사에 안전 업무와 무관한 인력을 동원하며 면피성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당역 참사, 10·29 참사를 보면 비용과 효율보다 안전이 우선인데 서울시와 사측은 안전을 등한시하고 인력감축, 외주화, 구조조정으로 내 달리고 있다"며 "공사의 재정위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인력감축 대책이라면 매년 감축해도 영원히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는 오는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힌다.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노선별 운행률은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노조는 파업에 앞서 지난 24일부터 '2인 1조' 근무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평일 기준 1호선 53.5%, 2호선 본선 72.9%·성수지선 72.5%·신정지선 72.3%, 3호선 57.9%, 4호선 56.4%, 5∼8호선 79.8%로 떨어진다. 공휴일 운행률은 50%다. 특히 코레일과 공동 운영 노선인 1·3·4호선은 운행률이 더 떨어지는데, 코레일 노조가 속한 전국철도노조도 내달 2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군자차량기지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