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사업체 종사자 수가 20개월 연속 증가한 반면, 물가를 반영한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반년째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 임금이 6개월 연속으로 쪼그라들면서 9월까지 누계 임금상승률은 0.1% 증가에 그치고 있다.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3분기 물가상승률에 이어 4분기 물가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간실질임금의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9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10월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9월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2.3%를 기록했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제 임금 수준을 의미한다.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실질임금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4.1%로 4%대에 진입한 뒤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 8월 5.7%, 9월 5.6%, 10월 5.7%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 4월 -2.0%로 돌아섰다. 이후 5월에는 -0.3%, 6월 -1.1%, 7월 -2.2%, 8월 -0.6%, 9월 -2.3%를 기록했다. 지난 9월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세전)을 보면 408만5000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1% 늘었다. 하지만 9월 물가가 5.6%를 기록하면서 실질임금은 쪼그라들고 있다.
1~9월 누계 월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5.2%(19만원) 증가한 386만5000원이다. 300인 미만 노동자는 전년 동기 대비 4.4%(14만4000원) 오른 344만6000원, 300인 이상은 7.4%(41만1000원) 오른 598만1000원이다.
다만 1~9월 물가수준을 반영한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60만5000원으로 전년동기(360만원)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1분기까지 5~6%대 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한국의 실질임금이 1.8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22일 OECD가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는 "아시아가 2024년까지 글로벌 회복을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북미·남미권의 경제 회복은 상당히 부진할 것"이라며 "물가 급등으로 대다수 국가에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연간 실질임금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며 "OECD에서 올해 실질임금상승률을 -1.8%로 전망한 바 있다"고 말했다.
29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10월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9월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2.3%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1907만6000명으로 전년동월(1862만4000명)대비 45만2000명(2.4%) 증가했다. 전체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3월부터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제조업에서 6만3000명이 증가하며 증가폭을 키웠다. 코로나19 일상회복 등으로 숙박음식점업(8만2000명), 사업·지원·임대업 등 대면서비스업(2만9000명) 증가세도 지속됐다.
다만 일자리사업 축소 및 디지털금융 확산의 영향으로 공공행정(-1만7000명), 금융·보험업(-7000명) 등은 전년 동월대비 감소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