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여전히 높은 물가…유가·곡물·우유·달걀값 등 상방요인 수두룩

11월 물가 전년비 5.0% 상승…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
농축산물·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전월비 0.7%포인트↓
가공식품·공업제품·개인서비스·공공요금 높은 오름세 지속
근원물가 4.8%…석유·우유 높은 가격대 형성, 당분간 보합세

입력 : 2022-12-02 오전 9:30:30
 
[뉴스토마토 용윤신·김현주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고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 오름세와 우유가격 인상 여파로 인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가능성, 산란계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에 따른 달걀 값 우려가 중첩되면서 고물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5.7%) 대비 0.7%포인트 내려간 수준이다.
 
올해 월간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3.6%에서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 등 오름세를 보이다 8월 5.7%, 9월 5.6%, 10월 5.7%로 5%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11월 물가는 5.0%를 기록하며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 및 공업제품, 외식 및 개인서비스,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전년 동월과 비교해 5.0% 상승했다"며 "다만 채소 등 농축산물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많이 둔화되면서 상승폭은 전월에 비해 0.7%포인트 축소된 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사진은 가스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품목별로 보면 공공요금 인상으로 지난달 전기·가스·수도가 지난달에 이어 23.1% 오르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 폭이다. 이 기간 도시가스는 36.2%, 전기료는 18.6%, 지역 난방비는 34.0% 각각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5.9% 상승했다. 석유류가 5.6%, 가공식품이 9.4% 각각 상승했다. 11월 기준으로는 2008년 15.6%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경유가 19.6%, 등유가 48.9%, 기능성화장품이 30.7% 각각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1% 뛰었다. 이 중 개인서비스는 6.2% 올랐다. 상승폭은 전월(6.4%) 대비 0.2%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외 외식이 8.6%,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4.5% 각각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0.3% 오르며 상승폭이 둔화했다. 채소류가 2.7%하락하면서 전체 농산물 물가가 2.0%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한파로 농산물 물가가 높았는데, 이에 대한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다. 축산물은 1.1%, 수산물은 6.8% 각각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1년 전보다 4.8% 올라 전월과 같은 상승률을 이었다.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지난해 기저효과와 더불어 섬유제품·화장품 등의 오름세가 확대된 영향이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 지수는 0.8% 올랐다.
 
문제는 원자재 쇼크 등 물가 상방요인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35달러(3.01%) 오른 배럴당 80.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고병원성 AI도 복병이다. 지난 10월 17일 경북 예천의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 1일까지 가금농장과 가정에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총 27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달걀 가격도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업계도 지난달 17일부터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밀크인플레이션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흰 유우 가격은 기존 리터당 2710원에서 2800원대 후반으로 올랐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900mL) 가격을 기존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6%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흰 우유 가격을 출고가 기준 평균 8% 올렸다.
 
달걀을 비롯해 우유를 활용한 가공 식품까지 연쇄적으로 오를 경우에는 물가 영향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운선 심의관은 "가깝게는 원유가격, 흰우유 가격이 오른 것을 고려했을 때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지속될 걸로 예상된다"며 "석유 가격도 지난해 12월 국제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어 심의관은 "개인서비스 가격도 최근에 소비심리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오름세 확대 가능성 있지만 반면에 농축산물 가격은 하향안정세 지속할 걸로 예상한다"며 "이렇게 상방·하방 (요인이) 같이 있기 때문에 오름세가 확대되지는 않고 지금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조금 더 길게 보면 지금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전 세계에 있는 만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 커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며 "올해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내년으로 가면 역외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많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사진은 가스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김현주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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