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약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이혼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재판장 김현정)는 6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을 받아들여 "최태원 SK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최 회장이 판결 확정 후에도 재산분할금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지 않으면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연이자로 지급하도록 했다.
위자료에 대해선 노 관장이 반소를 낸 2019년 12월부터 1심 선고일인 이날까지 연 5%를, 이후 다 갚는 날까지 11%를 더해 지급하게 했다. 항소 없이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실제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억1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날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자신 명의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이에 이번 재판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 분할대상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혼인 생활의 과정과 기간, 분할대상 재산의 형성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태원씨가 노소영씨에게 총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재산분할을 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현재 SK그룹의 뼈대를 세운 고 최종현 회장의 맏아들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맏딸 노소영 관장과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했다. 당시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였다.
이들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결혼 28년만인 2015년 최 회장이 자신의 혼외 자녀를 공개하며 노 관장과 이혼 의사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혀 파경을 맞았다. 이후 최 회장이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렬됐고,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며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2019년 12월 입장을 바꿔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3억원 및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42.29%(650만 주)를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또 최 회장이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해당 SK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보전해달라고 가처분 신청도 냈다. 서울가정법원은 노 관장의 신청 중 일부를 받아들여 올해 4월 350만 주의 처분을 금지했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7.5%인 12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노 관장이 분할받게 될 665억원은 SK 주식 약 31만주(5일 종가 기준)로 4대 주주(0.43%)에 해당한다. 현재 노 관장의 SK 지분율은 약 0.01%다.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부친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상속으로 취득한 SK계열사 지분이 기원이므로, 특유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부부의 경우 증여·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