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올해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5개년' 궤도를 수정한다. 이미 변화한 인구구조 현실을 제도·정책에 반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줄고 있는 학교 정원(교육)과 군 입영 인원(국방)에 대한 현실적 당면과제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줄고 있는 인구구조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경우 이민과 고용 연장 등 논의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제사회 수준에 걸맞은 가족정책 지원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인구구조 문제의 원인보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심도 나온다.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작업(재구조화)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기본계획에 대한 재구조화는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고 첫 회의에 착수하는 이달 즉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저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구 적응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 재구조화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에 재구조화를 진행할 경우 두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1~2차 기본계획은 정부가 바뀐 이후 재구조화를 진행하지 않았고 문 정부 들어 처음으로 3차 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1차 기본계획은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85명으로 떨어지자, 출산율 제고를 목적으로 노무현 정부(2003~2008년) 임기 중반인 2006년 수립한 바 있다. 이후에는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이 수립·추진돼왔으나 출산장려·백화점식 계획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7일 <뉴스토마토>를 취재을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작업(재구조화)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는 점도 제도 실패를 방증하는 부분이다.
최근 통계청 '인구동향'을 보면,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0.977명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 0.808명으로 떨어진 뒤 올해는 0.7명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26만562명이다. 올해 1~9월 누계 출생아 수가 전년비 1만명 이상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출생아수는 25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속화하는 저출산 현상과 그간의 기본계획에 대한 비판을 담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운 3차 기본계획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단행했다.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제고'로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혼가족, 3자녀 이상 다자녀 가족 관점에서 아이 중심, 모든 형태의 가족이 포용되는 방식으로 궤도 변화를 줬다. 4차 기본계획에도 3차 기본기본계획 수정본의 연장선상에서 개인 삶의 질 향상, 성평등 공정한 사회, 인구변화 대응 사회 혁신이라는 목표상을 설정했다.
하지만 윤 정부에서는 전 정부의 4차 기본계획 궤도를 달리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정부의 인구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꾸려졌던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발표 내용에 있다. 당시 TF는 인구정책을 인구감소 속도를 완화하는 정책,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적응하는 정책, 앞으로 예견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기획하는 정책 등 3개로 구분했다. 저출산·고령화 완화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인구정책을 적응과 기획으로 확장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23일 취임한 나경원 저고위 부위원장은 취임 이틀 후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인구미래전략위원회(가칭)'로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인수위 인구 TF 이름을 그대로 본따온 것이기도 하다. 4차 기본계획의 수정방향이 인수위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 인구TF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는 한해에 80~90만명이 태어났던 기성세대가 살기 편하게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며 "한 해에 40만명이 태어난 세대가 지금 이미 스무살이 돼 있고 조금 있으면 30만명, 20만명대에 태어난 세대가 10대가 되고 20대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제도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례로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지역 대학들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은 이미 10여년 전에 다 알고 있었지만 대비하지 않았다"며 "국방 문제 등 관려 분야를 포괄해 변화한 인구구조에 대응한 정책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구 적응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이민과 고용 연장 등의 이슈도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직후 위원회를 열고 "이민이나 고령자 고용 연장과 같은 예민한 이슈까지 면밀히 검토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인구미래전략을 기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구 정책의 원인 해결에서 결과 대응으로의 방향 전환이 섣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구 전문가는 "현 정부의 이민정책, 다문화 정책, 정년연장 등은 저출산의 원인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원인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차 기본계획을 수립한) 2006년 이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가족 지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를 하지 않고서 결과에 대한 대응으로 넘어가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평등'에 대한 정책도 약화될 수 있는 소지가 높다. 성평등은 가족 지원과 결합될 때 출산율이 회복되는 구조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후에도 성평등 인식과 관련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여성계의 비판에 직면해있다.
여성 문제 전문가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성평등이나 여성의 일자리 사회진출 이후에 출산율이 줄었다가 늘어나는 'U자형 커브'를 나타낸다"며 "돌봄서비스 등 성평등과 가족 지원이 결합될 때 출산율이 회복되는 형태를 많이 얘기한다"고 조언했다.
저고위 관계자는 "'삶의 질' 개선의 기본계획과 이미 변화한 인구구조 현실을 제도에 반영하는 투트랙으로 가겠다는 게 저고위의 방침"이라며 "4차 기본계획이 약화되는 등 어느 한쪽이 소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7일 <뉴스토마토>를 취재을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작업(재구조화)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은 비어있는 신생아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