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그간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주장했던 선 해임건의안 후 탄핵소추안의 단계를 그대로 밟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거나 이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 이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으로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전직 원내대표 간담회를, 원내부대표단이 전체 의원에 대한 의견을 묻고 난 이후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는 지난달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곧바로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당론 추인이 미뤄진 점을 고려한 방침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별다른 자유발언 없이 대다수 의원들의 동의 아래 해임건의안이 당론으로 추인됐다.
민주당은 이른바 ‘선 해임건의안 후 탄핵소추안’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당초 방침인 해임건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그래도 (윤 대통령이)해임을 거부하거나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으로 가겠다고 하는 방침에 대해서 의원들이 동의해준 것”이라며 “다만, 국정조사를 내실 있게 치르고 나서 그 이후까지도 여전히 사퇴하지 않고 해임을 거부하면 탄핵소추로 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의원들 다수가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해임건의안으로 당론을 결정한 배경에는 탄핵소추안 발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를 점한 민주당은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을 각각 본회의에서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해임건의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대통령의 의사를 공식 묻게 되는 수순을 밟지만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로 넘어간다. 헌법재판소가 민주당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기각 혹은 각하)를 내놓을 경우 여권의 거센 역공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변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탄핵 소추 국면으로 넘어가면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소추 위원을 맡는다. 김 의원이 이 장관을 심문하는 셈이다. 탄핵소추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감안, 일단 해임건의안을 처리해 윤 대통령에게 재차 문책 의사를 묻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 해임건의안 후 탄핵소추안’이라는 단계별 대응을 유지, 윤 대통령에게 거듭 정치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특히 이 장관을 국정조사장에 세워 질의하면서 문책하는 방안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그간 이 장관의 발언 중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 있는 만큼 국정조사 진상규명 과정에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될 여지 역시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열릴 본회의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뒤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해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 또는 탄핵소추안 발의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어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여야 간의 거친 힘겨루기가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문책을 예산안 처리와 연계시키면서 막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이 맞는지 되묻고 싶다”며 “예산은 예산대로, 해임건의안은 해임건의안대로 해야지, 모든 것을 연계시키는 것은 엄청난 하수 중의 하수”라고 불쾌함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를 연계해 막아설 것에 대비해 예산안 단독 수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방침”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까지도 다 동의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지노선까지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불가피하게 정부의 원안 상정이 될 것이고, 원안에 맞서 수정안을 단독으로 내서 가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