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다며 수사촉구서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제출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재난안전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조례에 따라 1차 책임기관이지만 사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며 "서울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은 이태원 일대에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특수본에 입건되지 않은 오 시장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김모 서울시 행정1부시장, 한모 서울시 행정2부시장, 최모 서울시 안전총괄실장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수사 촉구서에 기재했다.
이들은 참사와 관련해 서울시의 4가지 주요 혐의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을 예상했음에도 사전대책 수립과 예방 조치로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을 계획하거나 서울교토공사에 무정차 통과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는 참사 발생 이틀 전인 지난 10월27일 핼러윈으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여 주변 순찰 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2022 핼러윈 데이 교통관리 계획' 공문과 '안전 대책'을 서울시경찰청으로부터 보고 받았다.
서울시 자치경찰위는 이같은 점을 서울시장에 보고할 의무가 있어 오 시장이나 직무대리인 행정1부시장, 행정 2부시장이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점을 모를 수 없던 상황이라는 게 참여연대와 민변의 분석이다.
또 하나는 재난안전상황실 부실 운영으로 인한 업무상과실 혐의다.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 근무자는 매일 2회(오전·오후) 각종 재난정보를 파악하고 보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시로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상황실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26분쯤에서야 최초 상황을 인지했다.
상황실에는 서울시 내 폐쇄회로(CC)TV 약 2만9000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참사 징후 포착에 실패했고, 참사 발생 사실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등은 압사 등 다중운집 사고에 관한 사전예방 계획 및 대책 수립 의무를 불이행한 업무상과실 혐의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과거 2020년과 2021년 핼러윈 기간 인파 밀집 예상지역에 방역 대책과 특별 현장지도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 가능했는데도 관련 재난 대비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않은 것 자체가 중대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참사 당일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참사 상황을 보고받고도 통행제한·응원요청·응급부담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업무상과실 혐의다.
참사 당시 길이 막혀 현장으로 응급조치에 필요한 보건소 직원, 구급대원들의 신속한 출입이 불가능 했다. 만약 서울시장 또는 직무대리, 서울시 안전총괄실 관계자가 대피명령이나 통행제한 등 법률상 명시된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다면 현장 구급차 통행이 수월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윤복남 민변 10·29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이번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서울시의 법령과 조례 위반에 있다"며 "특수본은 경찰 '셀프 수사'의 오명을 받고 있는데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날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사 희생자 이모씨 어머니 A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사 발생 전인 9시35분에 이태원역 3번 출구에는 많은 인파가 모였고 끼임 현상 징조가 있었는데 서울시는 왜 이를 무시했냐"며 "휴대폰으로 미끄럼 유의 등 안전 문자는 보내면서 참사 전 시민제보에도 안전문자를 안 보냈다"고 호소했다.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대비 못한 서울시에 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