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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남미 페루의 대통령 페드로 카스티요(53)가 취임 16개월 만에 탄핵되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7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과 페루 일간 안디나·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130명) 3분의 2가 넘는 87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되는데, 무려 10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페루 의회는 여당 50석, 야당 80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최소 20명 이상의 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
호세 윌리엄스 사파타 국회의장은 "카스티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위헌적인 방식으로 그 기능을 방해하려 했다"며 대통령 탄핵 사유를 '정치적 무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의 후임으로는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뽑혔다. 볼루아르테 부통령은 이로써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 나머지 임기인 2026년 7월까지 정부를 이끌게 된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휴전을 요구한다"며 "정파를 떠나 민심을 추스를 수 있는 새로운 내각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인 이날 자정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한 뒤 "현재의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페루 각계에서는 이를 '쿠데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현재 대통령이 된 볼루아르테 부통령마저 트위터에 "의회를 해산함으로써 헌법 질서를 깨뜨리려는 페드로 카스티요의 결정을 거부한다"며 등을 돌렸다.
또 세사르 란다 경제·외무장관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다른 3명의 장관과 함께 사임했고 이후로도 3∼4명의 다른 장관도 스스로 물러나며 내각은 붕괴됐다.
결국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이후 경찰서로 이송돼 구금됐다.
앞서 페루 야당은 지난해 10월에 의원 28명의 서명을 받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제안서를 제출한 데 이어 두 달 뒤 탄핵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찬성 46표, 반대 76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이어 지난 3월에는 탄핵소추안이 찬성 76표, 반대 41표로 발의되긴 했으나 탄핵안 자체는 토론 끝에 찬성 55표, 반대 54표, 기권 19표로 또다시 부결됐다.
페루 의회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번이 7번째다.
한편 빈농의 아들이자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카스티요는 급진 좌파 계열로, 지난해 7월 0.25%포인트 차이로 대선에 승리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부패 없는 나라"를 내세웠으나 취임 초기부터 가족과 지인들이 부패 의혹에 휩싸였으며, 직권남용을 비롯해 6건의 범죄 가능성에 대해 검찰의 예비조사 또는 수사까지 받고 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