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정부 으름장에 민주당도 후퇴…화물연대 '백기투항' 불렀다(종합)

입력 : 2022-12-09 오후 5:17:29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 여부 결정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가 열린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내 화물연대 광주본부 주차장에서 조합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16일 만에 백기투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9일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종료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 찬성으로 총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키로 했다. 
 
민주당이 사전 예고 없이 정부의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을 수용하면서 화물연대가 백기투항을 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애초 제안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노정 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화물연대가 진행한 투표에는 조합원 2만6144명 중 3574명(13.67%)이 참여해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 중 2211명(61.82%)은 파업 종료 찬성, 1343명(37.55%)가 반대했다. 무효표는 21명(0.58%)이다.
 
화물연대는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의 폭력적인 탄압으로 우리의 일터가 파괴되고 우리의 동료가 고통받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오늘 파업 철회와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고 했다. 또 "노동조합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파괴의 대상이라는 정부·여당의 전근대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을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투표에는 조합원 13% 정도의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고 그중 62% 가까운 조합원들이 파업 철회 찬성을 내비쳤다. 기류 변화에는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강경한 대응과 장기간 파업에 지친 조합원 이탈 등이 꼽힌다. 특히 전날 민주당이 정부·여당 안인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애초에 화물연대 요구와 동일한 법안(일몰제 폐지·5개 품목 추가확대)을 발의했지만, 품목 확대 없이 정부 원안을 수용키로 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지난 8일 민주당 소속 국토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2월31일이 지나면 안전운임제가 종료된다. 2018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안전운임제가 사라질 위기"라며 "내년부터 폐지되면 안전운임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윤석열정부 하에서는 제도 부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품목 확대 없는 일몰 3년 연장안'을 처리했다. 이날 회의에 국민의힘과 정부 측 인사들은 불참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국토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법안심사임에도 불구하고,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하고 일방적으로 출석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화물연대의 선 업무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운송거부 종료 후 대통령실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는 강경한 입장을 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우리 모두 화물업계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실은 '선복귀 후대화' 기조를 강조, 화물연대의 선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22일 정부·여당이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에 그 제안은 무효화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화물연대의 조건 없는 업무복귀 없이는 어떠한 논의도 불가하다"고 거듭 강조, "민주당이 또다시 민노총의 하수인 역할에 나섰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대해 민심의 의견은 찬반이 팽팽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디어토마토 의뢰로 조사한 '선거 및 사회현안 6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9일 공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5%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찬성' 응답도 44.2%로 만만치 않았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9.3%였다.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도 찬성 42.9% 대 반대 43.3%(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우위를 가리기 힘들었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법사위로 올라가도 법사위에서 어떻게 할지, 법사위에서 만약 통과돼도 대통령실에서 거부권 행사 등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끝까지 지켜보고 그것에 맞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애초 "대화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 당정의 대응과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 정부의 원안을 고수하게 된 민주당의 선택이 맞물리면서 화물연대 파업 중재는 사라지고 노정 간 상처만 입게 된 셈이 됐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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