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이상민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2회 지자체 생산성 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11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공은 거부권을 쥔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이 장관 해임안을 재석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본회의장에서 "대선 불복 중단하라", "협치 파괴 정쟁 유도 민주당은 각성하라", "국회의장은 사퇴하라"고 항의한 뒤 퇴장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지 11일 만에 법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해임건의안은 강제성이 없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명무실해진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논란을 외교참사로 규정,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뒤 단독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재명(앞줄 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앞줄 왼쪽)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은 명분도 없고 실효적이지도 않다"며 "대통령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실 것으로 요청드리겠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 처리가 이태원 참사의 진실과 책임의 문을 여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민주당은 10·29 용산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주무 부처 수장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하며 이 장관에 대한 사퇴, 파면 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적극 엄호에 나섰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직후에도 여야의 정쟁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꾸려진 상황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조 파기'를 뜻한다며 강력 반발한 반면, 민주당은 국조특위와 이 장관 파면은 서로 별개의 사안이라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발의 후 곧바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 애초 예정됐던 지난 1일과 2일 본회의를 그대로 열어줄 것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아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김 의장에게 강하게 요청했고, 이에 김 의장은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회의 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법안 발의 후 첫 번째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 보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정진석(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앞줄 오른쪽)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해임처리안 강행 처리 반대 등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장은 2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에 주어진 권한이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8일과 9일 양일간 본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애초 정기국회 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동시 처리를 목표로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9일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점을 생각할 때 두 안 가운데 양자택일해야 했다.
결국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고 두 안 가운데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다만 해임건의안을 추진한 후 윤 대통령이 거부할 시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기존 전략을 유지했다.
여야는 이후 내년도 예산안과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막판까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결국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9일까지 예산안과 해임건의안을 모두 처리하지 못했다. 여야는 임시국회 첫날인 10일 기다란 협상 끝에 이튿날 본회의를 열고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내년도 예산안 관련해 15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날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또는 수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