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앤컴퍼니 연구원. (사진=지놈앤컴퍼니)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높아진 환율과 끝날 줄 모르는 경기 악화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현금 지키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전폭적인 지원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해외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시험을 중단하거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현금 유동성 악화를 걱정해 연구 인력 줄이기에도 돌입했다.
일례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기업
지놈앤컴퍼니(314130)는 최근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GEN-001'의 고형암 임상 1b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대신 같은 파이프라인의 위암과 담도암 임상 2상에 집중키로 결정했다.
임상 중단 배경은 연구개발 효율이다. 회사 측은 고형암 환자 대상 항암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지놈앤컴퍼니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 진행에도 적잖은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환율이 높아진 탓에 큰 비용이 드는 임상을 해외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바이오업계 종사자는 "아직 버틸만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른 기업들은 높아진 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판단하에 글로벌 임상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털어놨다.
고환율뿐 아니라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도 국내 기업들에겐 악재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 탓에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무리한 지출을 줄이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일부 기업들은 신약개발까지 짧게는 10년이 걸리는 특성상 많은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인원 감축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1600명대였던 의료바이오 채용 인력은 지난 9월 1300명을 밑도는 수준까지 줄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크고 보유 자금이 넉넉한 곳들을 제외하면 모두 경기 악화에 어떻게든 버티자는 분위기"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하기 어려웠던 연구 인력들도 줄여야 하는 시점까지 왔다"고 말했다.
임상 개발은 물론 인력 지키기마저 힘들어지자 업계 눈은 정부로 향하고 있다. 국가 과제를 포함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주장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강조한 만큼 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4월25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25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를 방문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재정의 폭 내에서 효율적인 방안을 전문가 조언을 들어 마련하겠다"며 "적어도 '돈이 없어서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 못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원 약속은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제36회 약의날 기념식 당시 윤 대통령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은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미래 신산업"이라며 "산업을 지원하고 규제를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을수록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기업의 성과 도출이 빨라질 수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만큼 이전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며 "이에 정부도 최근 아낌 없는 지원을 약속했지만 산업계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실질적인 지원은 아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가 나서 기업의 연구부터 임상개발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