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미하일 페도로프 장관의 트윗 전쟁은 크게 세 가지 방향성을 보여 준다. 첫 번째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전쟁에 적극 참전시킨다. 기업이 주도하는 전쟁은 의회 동의나 예산 확보와 같은 관료적 절차가 필요 없다. 두 번째는 빅테크 기업을 러시아로부터 철수시키는 디지털 봉쇄를 추진한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와 연결되는 데 반해 러시아는 고립된다. 세 번째는 전 세계 기술기업이 러시아를 돕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있다. 전쟁 초기에 중국의 드론이 러시아에 공급되느냐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 페도로프 장관은 세계 여론을 등에 업고 중국 기업에 압력을 넣어 드론 공급을 차단했다. 그렇게 31살의 청년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이 됐다.
트윗 전쟁과 병행하여 페도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시민을 보호하는 각종 발명품을 쏟아낸다. 러시아의 가짜 뉴스 이메일을 5분 내에 판별해 알려주는 앱 서비스, 시민이 러시아 군을 발견했을 때 간편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안내 시스템, 폴란드 등 망명지의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 전쟁 중에 30여개가 넘는 새로운 앱을 출시했다.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증진하는 이 전쟁의 가장 역동적인 단면이다. 연결된 사회의 똑똑한 시민들이 위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술의 힘이었다.
전쟁이 나기 이전부터 페도로프 장관의 꿈은 우크라이나가 "기업인의 나라"가 되는 것이었다. 부패하고 분열된 정치를 극복해야 할 이 국가의 유일한 희망은 나라가 혁신 기술의 메카가 되는 것 말고 없다.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버 택시와 같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의 모든 물류 및 자원 통제를 우버 택시에 통째로 맡긴다. 장관 재임 3년 간 실리콘 밸리의 구글, 테슬라, 유튜브와 친분을 쌓았고, 전쟁이 개시되던 시점에는 키이우 인근의 IT 클러스터를 활성화하였는데, 이 산업단지는 전쟁 이후 러시아와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사령부로 변신한다.
우버 앱이 특정 시점에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 픽업할 수 있는 차량을 스마트폰에 표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 지원법에 서명할 무렵, 공화당은 반대했다.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만연한 나라인데 200억 달러의 군사 무기와 200억 달러의 구호물자가 어떤 방법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냐는 우려와 의문이 제기됐다.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지원을 하고도 참담하게 실패한 흑역사도 소환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당사자가 우버 택시다. 정부의 앱으로 군대와 지방정부, 학교, 복지시설 등으로부터 구호 지원 요청을 접수하고 공급 가능한 자원과 운송 수단을 통제하는 우버의 신경망이 빠르게 응답했다. 하루에만 수 천대의 화물차와 운송 수단을 통제하면서 미국 및 국제기구로부터 온 모든 구호물자를 적시에 필요한 곳에 운송하는 책임을 떠맡았다.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우버 택시의 역할은 단순한 구호 지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원래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하여 수십, 수백만 대의 택시 움직임을 조정하는 인공지능이 핵심 경쟁력이다. 같은 원리를 전쟁에 적용하면 타격해야 할 적의 표적을 대응할 수 있는 아군의 타격부대에 연결하는 군사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군의 첨단 킬체인(Kill-Chaine)을 동원하지 않아도 자동차 대신 폭탄을 배달하는 개념으로 우버 택시 앱을 활용한다면?
지난 5월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시베르스키도네츠크강 강둑에서 러시아군 부교가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폭파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뉴시스 사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3월에 서방 언론은 일제히 러시아군이 3월8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다 73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잃고, 대대급 병력이 전멸되었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즈는 이 작전이 우크라이나군이 우버앱의 우크라이나 판이라고 할 수 있는 GIS 아르타를 이용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놀라운 것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여 구축한 군사 시스템보다 이 앱의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데 있다. 목표물을 찾아내 주변 박격포, 미사일, 전투 무인기와 같은 공격 무기를 신속하게 선택하는 데 있어 군사 시스템은 통상 20분이 걸리는 데 반해 GIS 아르타를 적용하면 1~2분으로 단축된다.
미국과 나토가 제공한 레이더와 정찰 드론, 거리 측정기로 표적을 획득하고 스마트폰의 GIS 아르타로 주변의 공격부대를 통제한 결과 탁월한 성과를 거둔 우크라이나 군은 동부 전선에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 앱은 현재에도 공격과 방어작전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GIS 아르타 측은 이 교전 이후에 자신들이 만든 앱의 활약은 "스타링크 위성 체계 덕분이었다"며 "일론 머스크에게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명했다.(내일 계속)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