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49일 후인 16일, 300여명이 넘는 유가족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1번 출구 앞 도로에서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추모제를 열었다. 현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로 도로가 가득 찼다. 이날 추모제는 지난 10월29일 참사 발생 4시간 전쯤 최초 신고됐던 시각인 오후 6시34분에 맞춰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압사사고가 날 것 같다. 소름끼친다. 경찰이 와야할 것 같다" 등의 첫 신고자 음성과 내용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로 위 추모제 무대 화면에는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유족들의 글과 사진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박한희 변호사는 화면에 나오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위로를 건냈다. 유족들과 지인들은 관계가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보이자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추모 공연이 끝난 뒤 유족들과 지인들은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사람씩 낭독했다. 참사 희생자인 배우 고 이지한씨와 같은 학부생 김 모씨는 "지한아 나는 49일동안 매일 이태원 길가를 지나다니며 네가 심심할까봐 춥지 않는지, 외롭지 않는지 등 혼잣말을 한다. 너랑 쓸데없는 말을 나누며 웃던 50일 전이 기억난다. 49재가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낸다는 건데 보내기 어렵구나. 네가 잊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를 기억해 달라"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고 유연주씨의 언니도 "그 동안 숫기가 없어 지금까지 잘하고 있고 내 동생이 최고라고 말하지 못했어. 취업 전에 우리 남매끼리 여행하려고 했는데 그 여행은 천국에서 가기로 약속하자"며 "고통스럽게 떠난 158명을 두고 사람들이 왜 편을 갈라 싸우는 지 도무지 이해가 안돼"라고 호소했다.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는 "어제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푸짐히 준비해 우리 식구가 식사를 했는데 너의 빈 의자를 바라보며 얼마나 통곡했는지 모르겠다"며 "너를 보낸지 49일이 됐는데 그곳이 춥지도, 무섭지도, 아프지도 않는 곳이면 좋겠다"고 눈물을 쏟았다.
고 이경훈씨 어머니도 "사랑하는 경훈아 짧은 삶이라 그렇게 열심히 살았구나 싶구나. 너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은 엄마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엄마는 네가 있어 어려운 시간들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랑스런 내 자식"이라고 낭독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30일 오후 6시 이태원에서 2차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늘 추운날씨를 무릅쓰고 나섰던 뜨거운 추모 열기를 기억하며 2차 시민추모제도 함께 해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