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퇴행성 허리디스크, 유전보다 노화 때문

자생한방병원, 허리디스크 퇴행과 통증 기전 밝혀

입력 : 2022-12-21 오전 6:00:00
퇴행성 허리디시크가 후천성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오는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와 함께 퇴행성 질환자 또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퇴행성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위험인자가 노화라는 사실 외에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 중 대표적인 학설로는 유전적 이론과 후성유전학이 있다. 유전적 이론은 유전자 결정에 의해 수명이 정해진다고 보는 반면 후성유전학은 생활환경에 의해 유전자의 후천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쉽게 풀어보자면, 일란성 쌍둥이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후 염색체 조사를 한 결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 것이 후성유전학의 사례에 해당된다.
 
또한 후성유전학을 뒷받침하는 사례뿐만 아니라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다양한 논문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침치료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통해 통증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에도 후성유전학을 접목하는 연구가 진행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진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선임연구원 연구팀은 퇴행성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을 유발한 동물모델의 후성유전학 관련 조직 관찰 및 분석을 통해 후성유전학과 허리 통증 조절 기전 간의 연관성을 입증했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SCI(E)급 저널 '셀즈(Cells, IF=7.666)'에 최근 게재됐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 또는 반복적인 외상으로 인해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디스크)의 수핵이 탈출됨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을 일컫는다. 탈출된 수핵은 해당 부위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하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퇴행성 디스크의 주요한 원인은 외상이나 조직의 노화이며 척추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퇴행성디스크 중에서도 요추(허리) 부위에서 일어나는 추간판탈출증이 90% 이상으로 가장 흔하고, 경추 부위(목)가 8% 내외이며, 흉추 부위(가슴)는 매우 드물다.
 
연구팀은 먼저 퇴행성 허리디스크 동물모델 제작을 위해 쥐의 복부를 절개한 뒤 디스크에 구멍을 내 수핵을 제거했다. 이어 4주 후 후성유전학적 변화와 통증 조절 기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디스크의 구성요소인 수핵과 그 주위를 둘러싼 두꺼운 막인 섬유륜의 변화를 관찰했다.
 
관찰은 DNA 구성성분인 5mC와 통증수용체 TRPV1을 각각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형광 염색해 이뤄졌다. 5mC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이뤄졌음을 판별하는 대표적인 지표이며 TRPV1은 신체가 통증을 느끼도록 하는 단백질에 해당된다.
 
디스크 조직 분석을 진행한 결과 퇴행성 허리디스크 모델의 섬유륜 부위에서 5mC와 TRPV1 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빨간색과 초록색이 결합돼 노란색으로 이중 염색된 세포가 다수 발견돼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과 후성유전학적 변화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인해 통증이 만성화하는 과정에 후성유전학적 관여가 발생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후성유전학의 대표 기전인 DNA 메틸화(DNA Methylation)를 촉진하는 효소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DNA 메틸화는 세포가 수많은 유전자 중에 어떤 유전자를 발현시킬지 조절하는 방법을 말한다. 환경 조건에 따라 그 유형과 빈도가 달라지며 DNA 메틸화가 진행될수록 노화에 따른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DNA 메틸화를 촉진하는 효소로는 DNMT1과 DNMT3a, DNMT3b 총 3종류가 있다. 연구팀은 각 효소를 염색해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퇴행성 허리디스크 모델의 수핵 및 섬유륜 영역에서 DNMT3b가 가장 강하게 발현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5mC를 발현하는 대부분의 세포가 DNMT3b를 발현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퇴행이 진행된 디스크의 DNA 메틸화에 DNMT3b 효소가 가장 크게 관여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홍진영 선임연구원은 "이번 논문은 퇴행성 허리디스크와 관련된 후성유전학적 변화 및 통증 조절의 상관관계를 다룬 최초의 논문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파악한 특정 항체와 효소를 표적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 후보물질을 연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퇴행성 허리디스크뿐만 아니라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 퇴행성 척추질환에 대한 향후 치료법 및 신약 연구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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