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21일 첫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4일 국조특위 실시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약 한 달만이다. 참사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의원들을 향해 "국정조사 진실규명"이라고 연신 구호를 외쳐댔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국조특위 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위원들은 이날 오전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먼저 조문했다. 당초 현장조사는 야 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만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전날 국민의힘 위원들이 특위에 복귀하면서 전 위원 합동으로 참여했다.
위원들이 조문하는 과정에서 유족들은 "왜 이제 왔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분향소 옆에는 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가 '국정조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유족들이 전날 국민의힘과의 간담회에서 이들의 집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때문에 현장에선 신자유연대 관계자와 몇몇 유족들간의 설전도 벌여졌다.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문을 마친 후 국조특위는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으로 이동했다. 우 위원장은 골목길에 들어서 "지금부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나 고통스럽게, 얼마나 아프게 유명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서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국조특위는 골목길에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경찰 관계자들을 통해 참사 당시의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근처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했다.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국조특위 위원들과 전문가들만 입장이 가능했다. 한 유족은 "(유족들도)국정조사 과정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조사를 똑바로 하라"고 파출소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파출소 조사를 마치고 나와 유족들에게 "오늘이 국정조사 시작"이라며 "항상 이런 일이 있으면 숨기려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우리가 바라는 건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 한 가지"라며 "애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어디서 목숨이 끊어졌는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국조특위는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로 장소를 옮겼다. 국조특위는 참사 발생 전 '압사' 등의 심각한 내용을 전하는 신고 내용이 있었고, 코드제로까지 조치가 됐지만 보고가 지연되는 등 종합상황실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14번에 걸쳐 위험신호 신고가 접수됐다"며 "코드제로가 떨어졌는데 상황팀장, 상황관, 서울청장이 왜 관심을 갖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도 "코드제로가 하루에 100~200건 가까이 이르러서 모두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경찰 대처 능력이 문제"라며 "위험신고가 들어오면 상황실에서 충분한 경력 요소들을 출동하고 맞는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조금 더 세밀하게 점검하고 대응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점이 굉장히 많다"며 "이 자리에서 확인 안됐다고 말하는 것은 뭔가 숨기려고 하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서울청 현장 조사를 마친 국조특위는 이날 일정 마지막 장소인 서울시청을 찾아 현장 조사를 이어갔다.
우상호 위원장을 포함한 국조특위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