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 시장과 제약바이오 섹터가 대다수 약세를 보인 가운데 주주친화 행보를 보이는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올해 주식 시장과 제약바이오 섹터는 대다수 약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발 금리 인상, 러시아 우크라이나 분쟁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주주친화 행보를 보이는 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27일
대신증권(003540)이 펴낸 '실적과 R&D, 결국 펀더멘탈이 중요하다'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제약 지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할인율 상승과 연구개발(R&D) 성과 부진에 따라 코스닥 지수 대비 -5.0% 언더퍼폼(시장의 평균 수익률보다 더 낮은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가총액 상위 5개 제약사는 연초 대비 평균 -13.3%를 보였고, 5개 바이오 기업은 연초 대비 평균 -33.3% 하락했다. 다만 올해 초 셀트리온의 회계 이슈 해소와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승의 여파로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 및 수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의 견조한 이익 성장이 시현되며 의약품 지수는 회복됐다. 이같은 요인들은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셀트리온은 보통주 1주당 375원의 현금과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정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보통주 1주당 130원의 현금과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정했다. 셀트리온제약은 현금 배당이 없는 대신 주식 배당률을 적용한다. 보통주 1주당 0.05주의 주식이 배당될 예정으로 배당 주식총수는 187만9002주다.
동아에스티(170900)도 주주친화 정책에 앞서고 있다. 올해 자사주 매입과 주식배당을 결정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0.02주의 주식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당되는 주식의 총수는 16만8219주이며, 발행주식총수는 844만6538주로 늘어난다.
주식배당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신주를 받는 주주들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배당 소득세가 적용돼 현금배당 대비 세무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시장에선 주식 수가 증가하는 만큼 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나게 된다. 신규 주주들의 진입이 쉬워지고, 거래량 활성화를 통한 주가 상승도 노려볼 수 있다.
HLB(028300)와
HLB생명과학(067630)은 지난 15일 각각 500만주 규모의 주식 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주식배당 결정에 따라 배당기준일인 12월 31일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의 경우 100주당 HLB는 4.29주(주식배당률 4.29%), HLB생명과학은 5.17주(주식배당률 5.17%)의 주식을 무상 배당 받게 된다.
최근 큰 폭의 영업이익 실현에 이어, 24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청약률 106.01%)에 성공한 HLB가 영업이익과 대규모 잉여금을 무기로 주주친화 정책을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주식배당에는 잉여금 중 이익잉여금으로 전입된 자본준비금이 활용됨으로써 주주들의 배당소득에 비과세가 적용된다.
주식배당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사진=픽사베이)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주주에게 배당을 주는데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라며 "꾸준히 투자하면 배당 수익이 생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주주에게 향후에도 지속적인 배당을 준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같은 요인이 투자자들한테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그간 '깜깜이 투자'로 지적받아 온 현행 배당제도를 손본다고 밝혔다.
추후 상장사의 배당금 규모를 선 확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제도가 개편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연내에 자본시장 선진화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 현행 배당제도는 상장 기업이 매년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후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배당제도는 국제적 관행과 괴리가 컸던 편"이라며 "국제적 관행으로 배당 제도가 바뀌면 배당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정확히 배당을 얼마 주는지 확인하고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남길남 연구위원은 "반대로 배당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들은 그 배당 정책에 따라서 시장에서 반응이 오는 게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 입장에선 기업에서 배당을 안 해주는 경우엔 주로 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게 된다"라며 "기업에서 배당 같은 정책을 많이 시행하면 주주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게 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준혁 교수는 "먼저 배당 결정을 정한 후 배당 기준일을 정하는 건 글로벌 관행에 해당한다"라며 "기업 중 배당과 관련된 정보를 잘 공개하는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면 현금 배당, 주식 배당은 장기적으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라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단기적인 보상이 없이 장기투자만을 지향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으며, 내년에도 유사한 환경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배당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시행할 경우 투자 심리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현금흐름 창출이 어려운 기업이 무리한 배당을 시행할 경우 기업의 R&D 투자 등에 집중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는 훼손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당기준일 확정 전에 주주가 공시 등을 통해서 배당금을 확인할 수 있을 경우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 한국 시장의 경우 연말 배당금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명부가 확정되어 투자자의 불확실성이 큰 것이 사실, 사전에 확인할 수 있을 경우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은 배당기준일과 실제 배당지급일 간의 간격도 긴 편으로 이를 축소해 보다 빠른 배당을 지급할 경우 투자자의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주식 시장에서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 등을 제외하고 바이오 섹터가 약세를 보인 만큼 배당에 적극적인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이 돋보일 수 있는 시점이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