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27일 첫 기관보고를 진행하면서 참사 당일 컨트롤타워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종 책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적하면서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책임론이 부각되는 것을 막았다.
국조특위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첫 기관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기관보고 대상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이다.
우선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재난 안전 컨트롤타원가 어디인지를 두고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과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다소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놓은 것을 문제삼았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컨트롤타워가 어디인가’라고 묻자 한 실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고 답했지만 이 장관은 “재난안전기본법상 행안부 장관이 재난을 총괄·조정한다”고 해 답변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근거로 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가 국가안보실과 대통령실이라고 강조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오후 10시15분에 참사가 발생했는데 대통령은 (참사 후) 48분, 행안부 장관은 65분, 국무총리는 87분 만에 보고를 받았다”며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의 대응은 총체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통상 재난 관련해 골든타임은 4분인데 비해 늑장대응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주재한 긴급상황점검회의는 99분 뒤에 열렸다는 점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에 재난 관련해 ‘1분 1초도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고 직접 말했는데 윤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상황점검회의는 공백이 참사를 인지한 이후인 99분 뒤”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실장은 “첫 보고 이후 대통령과 실시간으로 통신을 주고 받았고, 논의를 하면서 초기대응이 중요했다”라고 반박했다.
용 의원은 지지 않고 “부처별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현장을 파악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 지시도 뒷북 지시 아니었나”라며 “(윤 대통령이)응급 구조 파견을 지시했을 때는 벌써 서울대병원 디맷이 도착한 지 34분이 지났다. 사실관계가 틀렸나”라고 따져 물었다. 당황한 한 실장이 발언을 이어가려는 사이 용 의원은 재차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출근 기록을 보면 서초에서 용산까지 8분이 걸렸는데 긴급상황점검회의는 99분이 걸렸다”라며 “99분씩 걸리면 이동용 지휘소를 활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몰아붙였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가 재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김상호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부실장은 “위기관리센터나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실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국정상황실로 전파해서 전문성을 갖춘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재난 안전 상황시 역할을 한정해 발언했다. 이에 용 의원은 “상황전파만 할 것이면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존재 의미가 뭐냐”라고 질타했다.
이 장관 역시 참사 당일 85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한 데 대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말해 재난 및 안전 관리 주무부처 장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답변으로는 부적절한 답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에 “통상적인 사람이라면 택시라도 타고 지시를 내리면서 간다”며 “그 시간 동안 참사 현장에서 많은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기관장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부터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여당은 윤 대통령 책임론이 부각되지 않도록 엄호에 나서는 분위기였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대통령실의 프로세스가 어떤 정부의 프로세스보다 빨랐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을 알고 나서 소방청에서 국정상황실로 상황보고가 된 게 10분 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보고 프로세스는 10분 만에 이뤄졌는데 경찰청의 보고는 1시간이 이뤄지냐”라고 경찰의 책임론을 부각하기도 했다. 같은 당의 전주혜 의원도 야당의 공세에 “결국은 대통령실이 제대로 못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답정너’식의 질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격에 나선 국민의힘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를 지적하며 도덕성 흔들기에 나섰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을 집중 포화한 것이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신 의원이 재난의료지원팀(DMAT)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자격 없는 사람이 가서 구조 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도 “10·29 참사와 관련해 일손이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할 시간에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한 것은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것으로,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질의가 이어지자 별도의 방청 공간에서 기관보고를 지켜보던 참사 희생 유족 50여 명은 신 의원의 행태만을 지적하는 질의에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조특위는 증인채택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해 내달 2일 예정된 첫 청문회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증인채택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월2일 예정된 청문회가 연기됐다”며 “오늘중이라도 여야 간사가 충분히 합의해서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