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국회가 28일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자율투표 방침을 세운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 노 의원에 대판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이날 공교롭게도 검찰이 당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운명의 한 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예상대로 부결된 데에는 당이 윤석열정부에 단일대오로 대항해야 한다는 의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당의 심장부인 광주로 달려가 검찰독재·야당탄압 규탄연설을 진행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재적의원 271명 중 가결 101표, 부결 161표, 기권 9표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 처리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정의당은 이날 본회의 전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부결표 대다수가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제21대 국회 들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노 의원이 유일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정정순 전 의원(2020년 10월29일), 이상직 전 의원(2021년4월21일), 정찬민 의원(2021년9월29일)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올랐지만 모두 가결 수순을 밟았다.
당내에서는 일찌감치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노 의원은 검찰이 자택과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체포동의안까지 던지자, 입장문을 내고 “돈을 받지 않았다”며 “검찰의 부당한 수사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노 의원은 개별 의원들에게 일일이 만나 손편지를 전달하는 등 설득을 이어갔다. 이날 본회의 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노 의원은 회의장 입구에 서서 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부결’을 부탁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니 정치검찰의 기획수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노 의원 개인에 대한 판단과 정치검찰에 대한 반감이 어우러져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 대다수가 노 의원에 대한 인신 구속까지 할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도 “노 의원에 대한 궤적을 보면 21년간 기자로 정직하게 살았고 지난 10년 의정활동을 하면서 정의롭게 역할을 하는 걸 봤기 때문에 노 의원의 말씀이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의원들이 그간 노 의원을 겪으면서 성품, 인간적 양심 등을 평가한 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체포동의안의 경우 윤석열정부가 야당을 대하는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서, 정부 대 민주당의 구도에서 부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이 대표와 연계시켜 보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에 이어 압수수색, 체포동의안 등의 상황이 노 의원과 유사하게 흘러가면서 이 대표만 방어하는 데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최근 검찰이 이 대표 외에도 문재인정부의 인사들, 당내 의원 다수를 수사 선상에 올리면서 '윤석열정부 대 민주당' 구도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특히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날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도 진행할 방침도 밝힌 상태라, 당내 검찰에 대한 반감이 도드라졌다. 다만, 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방탄 정당에 대한 이미지는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일단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대국민 여론전에 집중하면서 진보진영 단일대오로 검찰에 맞서는 그림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아 검찰독재·야당탄압 규탄연설회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광주의 5·18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면서 “민주주의는 끝없는 투쟁과 헌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치열하게 싸워야 지켜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관심갖지 않고 잠시 외면한 사이 민주주의는 완전히 망가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검찰이 하나회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구를 벌주고 누구의 잘못이 없나 뒤지고 나만 살면 되고 너는 죽어라 이런 사고로 세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재명을 지키자’고 외치는 광주의 당원과 시민들을 향해 “제가 여러분을 지켜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우리를 지켜야 한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광주에서 대국민 여론전을 마친 이 대표는 앞으로 검찰과 조율해 출석할 날짜를 정할 방침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다음 주는 예정된 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청투어 일정이 예정돼 있어서 그 일정을 피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라며 “검찰은 설 연휴 전 이 대표에 대한 당대표 사무실,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설 밥상에 이 대표를 올리려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