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가 출범 전부터 핵심산업으로 키우겠다던 바이오가 홀대받자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내보이지 않은 데다 관련 예산마저 삭감되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날 약 9분간 질의응답 없이 전국에 생중계된 신년사는 윤 대통령이 전날까지 직접 퇴고할 만큼 공을 들인 새해 첫 행사였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신년사는 노동, 연금, 교육 등 세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세 단어를 모두 6차례씩 언급하며 강조했다. 특히 노동의 경우 노사(3번), 노노(1번)를 포함하면 10차례나 등장했다.
이와 달리 대통령선거는 물론 정부 출범 당시부터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던 바이오 언급은 두 차례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IT와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방산과 원자력, 탄소 중립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 "우주항공,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과 미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챙기겠다"처럼 다른 산업군과 함께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부 예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작년 말 발표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의 올해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을 보면 1조469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부처별 세부 예산을 보면 먼저 복지부 국가 신약개발 예산은 412억원으로 전년 420억원에서 소폭 줄었다.
과기부 예산에선 바이오·의료기술개발이 329억원에서 62억원으로 급감했으며, 국가 신약개발 예산 역시 461억원에서 371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17억원→68억원), 혁신신약 기초 기반 기술 개발(30억원→71억원) 예산은 증가했다.
산업부에선 국가 신약 개발 예산이 420억원에서 41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약개발뿐 아니라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친 국가과제도 줄이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자금난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 당시 여야 후보 모두 제약뿐 아니라 바이오산업도 국가 핵심산업으로 키운다는 공약에 기대를 걸었는데 아직 이행된 게 없다"며 "국가과제도 없는 상황이라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지 못해 연구 성과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가 더 급해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정권 초기라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정책이 나올지 봐야 한다"면서도 "지금으로선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권마다 기조를 달리 세우는 대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계의 요구를 하나씩 들어주는 정도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단편적인 지원과 육성 기조를 밝히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정부 출범 초기 약속했던 핵심 산업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