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명(오른쪽)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35년 국민연금 역사에서 고작 두 번에 불과했던 제도 개혁 논의가 다시 시작됐으나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서 앞다퉈 개혁을 꿈꿨지만, '선거 표심'에 번번이 좌절했던 잔혹사가 생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로 열고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중간보고를 받았다. 보고안의 핵심은 재정 안정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현행 월 소득의 9%)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 2023년 42.5%, 2028년 40%) 등 '모수개혁'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또 국민연금의 의무가입 상한선을 현행 만 59세에서 상향 조정해 수급 개시 나이(2023년 기준 만 63세, 2028년 기준 만 64세, 2033년 만 65세)와 연동해야 한다는 개혁 방향도 제시됐다.
민간위 공동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이날 "민간위는 모수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민연금의 급여수준과 보험료율 조정 관련해서 여전히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며 "급여수준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율 인상하자는 안과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그에 맞는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안이 있는데, 민간위에서는 두 가지 안을 모두 제시했다. 최종적으로 두 가지 안을 동시에 추진할지 논의 후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에 65세부터인데, 67세 등으로 더 늦추자는 주장과 현행 보험 가입 연령 상한선이 59세인데 더 늦추자는 의견이 있다"며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 가입 연령을 조정하려는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노후 소득 공백 문제와 국민연금 신뢰도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했다.
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간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정부와 정치권 모두 국민연금 개혁의 당위성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연금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연구,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특위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출산율이 낮고 초고령화 사회인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제도 개혁 시 과연 누가 얼마나 부담이 늘어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노후소득 보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커다란 방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받고 가입자가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소득이 중단되거나 낮아질 위험에 처할 때 그 납부이력을 근거로 다양한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1988년 1월 처음 시행됐다. 애초 퇴직 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현행 법정 정년(만 60세)과 같이 설계됐으나, 이후 노령 인구 증가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구 지형이 면하면서 개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1차 연금개혁이 실시됐다. 소득대체율은 70%에서 60%로 낮아졌고, 수급 개시 연령은 기존 60세에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늦춰 만 65세로 조정하도록 했다. 이후 노무현정부 당시 보험료율을 12.9%로 줄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2차 연금개혁이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좌초됐다. 결국 보험료율은 9%로 그대로 놔두고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40%까지 내리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후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사이 시작 당시 월 소득의 3%였던 보험료율은 1998년까지 월 소득의 9%까지 오른 뒤 24년째 제자리에 머물렀다. 역대 정부마다 연금 개혁을 천명했지만 '더 내고 덜 받는 안'에 대한 국민적 반감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권에서 처음엔 의욕적으로 제도 개혁을 추진했지만, 정권 내 치러지는 각종 선거에서의 '표심 저하'가 우려되자 종국적으로 발을 뺐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각각 2010년과 2015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으나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 반발 등을 고려해 메스를 대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역시 보험료율을 최대 13%까지 올리는 방안 등이 담긴 2018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지만,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연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여전하다. 지난 2일 발표된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한 신년 여론조사(지난달 30∼31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개편 방향 관련해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는 국민 의견이 35.2%로 가장 높았다. '수급 연령을 늦추자'는 의견이 30.2%로 뒤를 이었고, '납부액을 늘리자'는 의견(13.6%)과 '수령액을 줄이자'는 의견(10.5%) 순이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