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수) 토마토Pick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중동 순방을 정리해봤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진 사우디 및 중동을 방문한 시 주석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고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사흘간 사우디 국빈 방문
2016년 방문 이후 6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한 시진핑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에 나섰고,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 참석했습니다. 시진핑의 이번 방문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악화 및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 약화를 틈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방문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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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중국의 계산법
우선 사우디와 중국은 경제 및 안보상 서로 일치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계산법 : 사우디와 미국의 동맹관계가 흔들린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11월 9일자 레터
[제45호] '헤어질 결심', 사우디는 미국과 헤어질 수 있을까? 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 주력하면서 중동이 미국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이 해온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역외 균형자'로 중국을 선택했습니다.
-중국의 계산법 :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무력충돌 등 비상상황이 생길 경우 서방의 전면적 제재에 봉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고통받고 있는 러시아를 지켜본 중국은 중동과 결합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채널과 우방국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지난 9월 시진핑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온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관련기사 사우디와 중국은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라던가 인권 문제 등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이들은 자국의 문제들을 서로 옹호해주고 있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워 권위주의와 독재체제에 제재를 가하는 서방과 맞서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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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빈 살만의 가까워진 거리
8일 시진핑과 빈 살만은 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며 양국의 관계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회담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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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9조원대 인프라 개발 협정 : 그린 수소·태양광·건설·정보통신·클라우드·의료·교통·건설 등 분야에 걸쳐 총액 1100억 리얄(약 38조6000억원) 규모 협정 체결
-화웨이를 파트너로 선택 :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사우디에 클라우드 및 초고속 인터넷 단지 건설
-정기적 정상회담 개최 : 2년마다 양국 정상회담 개최. 양국 고위급 공동위원회 총리급으로 격상
-최고 수준의 의전 : 공군 전투기 4대로 에스코트, 공항 근처에서 의전 호위기 '사우디 호크' 6대 비행
중동의 ‘친중 선언’…'리야드 선언'
9일 열린 중국-아랍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은 이른바 '리야드 선언'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심의 아랍권 국가들을 '우군'으로 만드는데 일부 성공했습니다. '리야드 선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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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독립 불허 확인 : '하나의 중국' 원칙의 확고한 준수와 대만 독립 반대 확인
-홍콩 문제 중국 입장 지지 :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위반 논란 제기된 홍콩 문제에 대해 철저한 중국 지지
-GDI와 GDS 지지 확인 : 시진핑의 핵심 의제인 글로벌개발이니셔티브(GDI),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긍정적 평가
-팔레스타인 지지 :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 유엔 정식 회원국 가입 지지. 대팔레스타인 꾸준한 지원 약속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 내정불간섭 : 권위주의적 지배체제를 지닌 중국과 아랍권 국가들이 서로를 지지해주기로 결의
미국 달러 패권, 균열은 냈다
중국-아랍 정상회의에 이어 가졌던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컨퍼런스에서 시진핑은 석유·가스의 위안화 결제 구상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달러 패권' 균열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대다수지만 그 상징성은 매우 큽니다. 다음은 컨퍼런스 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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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GCC국가들로부터 석유와 가스 수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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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의 위안화 결제 구상 제시 : 제한적 규모로 양국 거래에만 적용될 듯
-석유 및 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 강화
-걸프 지역을 위한 집단 안보 체제 구축
-중국과 걸프국가 간 평화적 핵이용 기술 포럼, 핵안보 시범센터 공동 설립 : GCC 국가들의 평화적 핵이용과 핵기술 분야 인재 양성 지원
-중국·걸프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사우디-중국 밀착이 쓰라린 미국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시당했다고 기분이 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이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도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속은 쓰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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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우디 밀착이 불만인 이란
GCC 국가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의 대턴브, 소턴브, 아부무사섬을 두고 분쟁 중입니다. 이란은 197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영유권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정국과 GCC 공동성명에는 “양측 정상은 3개 섬 문제를 양자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하는 UAE의 구상을 포함한 모든 평화 노력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국제법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쓰여있습니다. 중국이 영토 분쟁에 대해 UAE 편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에 이란은 11일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관련기사 13일에는 라이시 대통령이 테헤란을 방문한 후춘화 중국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재차 불만을 표명했습니다.☞관련기사 이에 중국은 "중국과 이란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이며,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과 이란의 공통된 선택"이라면서 이란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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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동 순방 평가
시진핑의 중동 순방은 '달러 패권'에 균열을 냈다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향후 분쟁시 서방세계의 제재가 있더라도 위안화 결제 통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국은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시진핑의 중동 순방에 대한 평가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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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 "미국이 걸프 아랍 동맹국들에 중국의 상업적 당근을 거부하라고 요청하겠지만, 이 지역과 중국과의 관계는 무역뿐 아니라 안보에서도 지속해서 발전할 것"
-압둘할리크 압둘라 아랍에미리트 분석가 : "첫 번째 메시지는 새로운 사우디라는 것, 새로운 걸프라는 것, 새로운 현실이라는 것. 새로운 현실은 중국 등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며 미국이 좋든 싫든 중국과 상대해야 할 것"
-아랍 측 외교관 : "양국 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며 빈살만 왕세자에게는 커다란 외교적 승리, 중국에는 미국의 옛 뒷마당에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수십 년간 지속돼온 사우디와 미국의 '일부일처 시대' 종식을 의미한다. 사우디는 냉전 2.0시대를 맞아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 : “사우디는 석유 공급에서 중국의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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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미국은 과연 중국의 세계질서 교란을 방치할까요? 과거 소련의 영향력 확대와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자본주의 vs 공산주의’라는 ‘경제체제’ 전쟁이었습니다. 현재 중국과 서방(미국과 EU)의 대결구도는 ‘민주주의 vs 권위주의’라는 ‘정치체제’ 전쟁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바탕에 깔려 있지만 미국과 EU는 중국이 소련 몰락 이후 전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던 민주주의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EU가 북한과 이란 등의 인권침해에 적극적인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조만간 그 배경에 대해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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