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납품대금연동제가 법제화되기 전에도 원가에 따라 납품대금을 반영하려던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의무화 규정이 없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자율 규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결국 납품대금연동제는 법제화에 이르게 됐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납품대금연동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도입됐다. 정부는 하도급 업체가 원재료 가격의 변동으로 하도급 대금을 올려야 할 경우 위탁기업에 대금 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위탁기업은 10일 안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위탁기업이 협의를 하지 않거나 30일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납품대금연동에 관한 첫발이었지만 당시 중소기업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인상을 요구하면 대기업과의 거래가 단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서다. 애초에 계약서 자체를 교부하지 않을 경우 적용도 불가능했다. 실제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청 건수는 '0'건이었다.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되다 2020년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대·중소기업간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를 출범했다. 개별 중소기업이나 영세 협동조합은 대기업을 상대로 협상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중기중앙회가 대기업과의 대금 조정 협의주체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공동협의체를 설치하고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민간 자율 조정협의제의 한계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8월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납품대금연동제 시범운영 확정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코로나19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납품대금연동은 중소기업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로 번졌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납품대금연동제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납품대금연동제의 당해 법제화를 목표로 뛰었다.
중기부는 납품대금연동제 시범운영부터 서두르기 위해 지난해 6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당시 이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중기부가 하반기 시범 운영을 목표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고의 팀을 꾸려서 데이터에 기반해 정밀하게 설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7월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도 이 장관은 중소기업 대상 핵심과제로 '납품대금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 장관은 법안 발의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만큼, 시범운영을 먼저 실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해 8월 '이영 중기부 장관과 중소기업인 대화'에서 "2009년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체를 도입했으나 실적이 없었고 중앙회에 관련 권한을 부여했을 때도 3년간 신청건 수 1건 그쳤다"며 "대기업 보복 우려로 협의제 한계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정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납품대금연동제 시범운영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참여 기업들은 6개월간 물품명, 주요 원재료 등이 담긴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마련해 실제 계약에 활용하고 있다. 법제화도 이뤄냈다.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을 명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은 지난해 12월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날인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달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올해 10월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