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은 어린이가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저출산과 전공의 부족 현상에 따른 소아청소년 진료 문제가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논의됐으나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천 가천대 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부족해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입원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병원의 입원실 폐쇄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문제는 전국 주요 병원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일산 백병원, 부산 백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등은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를 받지 못했다.
의료계에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해마다 떨어지는 등 기초체력이 달려 생긴 문제였을 뿐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진료 수가를 늘리는 내용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정부는 출범 전부터 원인을 알면서도 주요 현안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공약팀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에 소속됐던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아동청소년 보건의료 대선공약 정책제안'이라는 문서에서 "초저출산 기조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아청소년과 진료량이 급감해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전국적으로 1, 2차 소아청소년 보건의료 인프라가 이미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문서에서 "모든 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전국적으로 26.3%의 낮은 지원율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향후 3차 보건의료 측면에 있어서도 심각한 의료 공백으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했다.
마상혁 과장은 소아청소년 진료 보장과 건강관리를 위해 대학병원과 수련병원 내 입원·응급실·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제 전환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중환자 및 응급환자 24시간 진료 체계 확립도 대선 공약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당직이 운영되는 현 소아청소년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약. (사진=국민의힘 공약집 캡처)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후보의 공약집을 보면 마상혁 과장의 제안은 '소아청소년 중환 및 응급질환 24시간 전담전문의 안심진료 확대'라는 공약으로 실렸다. 다만 당초 제안이 있었던 보건의료분야가 아닌 세대·대상별 맞춤공약에 포함됐다.
마상혁 과장은 공약 채택 배경에 대해 "캠프에 참여했을 당시 정책제안을 했는데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의원 모두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캠프에 참여한 국회의원에게 소아청소년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설득해 여성과 돌봄 공약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당시 마상혁 과장 제안을 받은 의원실 인사는 "다른 공약과의 유사성이나 중복성 문제를 고려하고 여러 연령을 포괄하는 공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여성본부에서 맡게 됐다"고 말했다.
마상혁 과장은 대선 정국에서도 논의됐던 소아청소년 보건의료 공약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국정과제에서 배제된 점도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다 빠져버린 것"이라며 "해당 분야에 아무런 전문성도 갖추지 않았던 인수위가 배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