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게임 업계가 본업인 '게임'에 보다 집중해 경제 한파를 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게임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한령' 이후 문턱이 높아진 중국 시장은 물론, 상대적으로 국내 게임의 입지가 좁은 서구권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자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조991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1.2%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15년 10조원 문턱을 넘은 이후 6년만에 또 한 번의 대기록을 썼다. 최근 10년 간 국내 게임 시장은 201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2021년 국내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86억7287만달러(약 9조925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135억달러)의 약 70%를 게임이 일궈냈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K-콘텐츠가 두각을 보였음에도 게임의 위상은 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추세에서 보듯 게임 업계는 콘텐츠 수출의 첨병 역할을 올해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새해를 맞아 전한 신년사에서도 그 의지가 읽힌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293490) 대표는 "2023년은 그동안 축적한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즉 '비욘드 코리아'를 지향해 나간다"고 다짐했고, 정우진
NHN(181710) 대표는 "국내 웹보드게임 1위 수성과 함께 다양한 장르 기반의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해 게임사업이 NHN의 주인공이 되는 한 해로 만들어나가자"고 외쳤다.
송재준·이주환
컴투스(078340) 대표는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끌어온 게임 회사를 넘어 글로벌 대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전했고 이용국
컴투스홀딩스(063080) 대표는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에 더욱 집중해 글로벌 흥행 게임을 배출하겠다"고 자신했다. '위믹스 사태'의 여파를 여전히 수습 중인
위메이드(112040) 역시도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인내를 할 것"이라며 글로벌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임을 시사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의 키워드는 '중국'과 '콘솔'로 모아진다.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라는 지위때문에 수 년간 이어진 '한한령' 제재 속에서도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2021년 국내 게임 수출의 34.1%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으로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대만(6.4%)과 홍콩(2.4%)을 포함하면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화권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국내 게임 7종(자회사 포함)에 대해 무더기 외자 판호를 발급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간 국내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중국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이 판호를 얻는 사례는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외국 게임에 부여되는 외자 판호를 획득한 것은 2021년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넷마블의 'A3:스틸얼라이브', 넥슨의 '블루아카이브' 등 비교적 신작들도 포함돼 대륙에서의 'K-게임' 열풍을 기대하게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호 발급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신중론을 내세운다. 정식 출시까지의 절차가 남아있고 중국 현지 게임들의 수준이 높아진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은 서구권 공략의 무기다. '한한령'에 막힌 국내 게임사들은 자연스레 시선을 서구권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MMORPG는 콘솔 게임의 인기가 높은 북미·유럽 지역을 공략하기 역부족이었다.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25.1%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게임사는 콘솔의 1.7%만 점유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에는
엔씨소프트(036570) '쓰론앤리버티(TL)',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 넥슨 '퍼스트 디센던트' 등 콘솔 대작들이 출격을 대기 중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출시한 '크로스파이어X'(스마일게이트), '칼리스토 프로토콜'(크래프톤) 등이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장르로 도전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