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오는 16일부터 사전 승낙 제재 기준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이동통신 3사가 사전승낙 제재 강화 카드를 꺼내든 건 왜일까요? 바로 휴대폰 불법 판매점의 개인정보 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통신 3사가 네이버 대형 카페 등 이른바 성지점으로 불리는 곳을 중심으로 사전 승낙 제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콕 찍은 것도 이 때문이죠.
그동안 온라인을 통한 휴대폰 불법 판매점에서 사기, 개인정보 도용 문제 등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상황이 제법 심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전승낙서를 받지도 않고 버젓이 영업하는 온라인 판매점들이 있는가 하면, 약식신청을 통해 부당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또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방통위는 이들이 불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단말기 대금을 받고 잠적하는 등 사기 판매를 벌일 우려 또한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사전승낙서가 없거나 사전승낙서를 게시하지 않고 영업하고 있는 휴대폰 판매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성지점' 거대 판매점 횡포 막아라"
일각에서는 사전승낙 제재 강화가 성지점으로 불리는 거대 판매점(대리점과 계약해 휴대폰만 가져다가 떼어 팔며 가입을 유치하는 소매상)의 횡포를 막기 위한 이동통신사의 조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성지점들이 최근 대리점(1개의 통신사 상품만 다루는 곳)들을 상대로 단가 협상을 벌이면서 대리점들 간 경쟁을 부추기고, 이 과정에서 대리점들이 판매점들의 협상을 받아들이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게 휴대폰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럴 경우 구매 체증으로 인한 패널티 부담은 이동통신사가 지게 됩니다. 이통사의 리스크 부담이 더 커지는 셈입니다.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사진=뉴시스)
휴대폰 업계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관계자 A씨는 "대리점들도 판매점의 단가 협상을 받아주면 안 되는데 그들도 실적이 필요하니 대형 판매점들에게 끌려가게 된 것"이라면서 "이동통신사는 체증으로 인한 벌점이나 패널티로 부담이 돼 이번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불법 보조금' 혼탁한 통신 시장…단통법 손질해야
이처럼 혼탁한 통신 시장을 건전화시키기 위해 이동통신 3사가 사전 승낙 제재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온라인 불법 판매점의 문제, 시장 교란 등은 불법 보조금 지급에서 촉발됐기 때문이죠. 특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9년째 시행되고 있어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정부는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고 투명하게 통신 유통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14년 10월 단통법을 도입했습니다. 단통법의 핵심은 고가 요금제에 대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고,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 장려금(보조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법 보조금 지급은 근절되지 않았고 성지점은 오히려 음성화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 이른바 '폰파라치(휴대폰+파파라치) 제도'도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8년 만에 종료됐어요. 이 때문에 단통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사전승낙서 제재가 강화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휴대폰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기 때문에 시장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도록 단통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