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론수렴 파행…막판 암초에 걸린 강제징용 배상판결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 측 토론회 불참…"기본 정보조차 받지 못해, 정부 피해자 무시"

입력 : 2023-01-11 오후 1:54:49
지난해 12월26일 광주시청 치평동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가 제안한 배상 책임 대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양금덕 할머니 등 일제 강제징용(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오는 12일 정부가 마련한 공개토론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에서 토론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 등 피해자 측에 소극적으로 협조했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강제지용 해법안을 내놓기 위해 무리하게 피해자 측과의 토론회를 강행한 것이 결국 파행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은 11일 규탄성명을 통해 "고심 끝에 이번 토론회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음을 밝힌다"고 전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당초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불참을 선언한 겁니다. 피해자 측이 이번 토론회에 불참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토론회의 공동주최자가 한일의원연맹에서 정진석 국회의장으로 바뀐 것은 물론, 이번 토론회와 관련한 발제문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정부로부터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피해자 측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들은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공동주최 측이 알려진 것과 달리 '한일의원연맹'이 아니라 외교부와 여당의 특정 의원(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치르는 형식으로 뒤바뀐 것은 그 일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놀라운 것은,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자 측이 이번 토론회와 관련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철저히 무시돼 왔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전날 토론회 발제문 등을 보내 줄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외교부는 12일 토론회 발제자인 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 국장,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의 발제문은 보안을 이유로 11일 오후 6시까지 제공하겠다며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며 "토론자에게 발제문조차 미리 제공할 수 없다면, 이런 토론회는 왜 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무엇이 보안이라는 것인지도 뜬금없지만, 보안이 문제가 된다면 공개토론회를 왜 하느냐"고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이번 토론회를 반대한 적이 없고, 처음부터 불참을 생각한 적도 없다"며 "강조하지만, 이번 사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일 관계 개선에만 매달려 온 윤석열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수순이었습니다. 정부는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 공익법인인 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데요. 제3자가 채무를 인수하는 방안인데, 현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들의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일본 기업은 추후에 기부금에 동참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피해자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피해자 측은 국내 기업 기부금으로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다만 또다른 피해자 단체인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 등은 예정대로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논의하는 공개 토론회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외교부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공동주최로 열립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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