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기성 노조에 염증을 느낀 MZ세대가 신생 노조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노조의 양대산맥이라고 볼 수 있는 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이 아닌 제3노조, 이른바 '독립 노조'인데요.

 

이제는 기득권자가 돼 버린 민주노총을 비롯한 양대 노총의 쟁의 방식에 불만이 있거나, 가입 제한에 부딪힌 이들은 단체 교섭권 획득을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물론 MZ노조의 탄생 이유는 기성 노조들의 당초 설립 취지와 같습니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하고, 불합리에 맞서기 위함입니다. 사측이 노동자의 위치를 존중해 달라는 겁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세월 동안, 국민들의 인식에는 노조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는 단체라는 인식이 희미해졌습니다. 아니, 사라졌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불편을 담보로 세력을 과시하는 거대 노조의 뉴스에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추락하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갔을 정도니까요.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일등공신이 '노조'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화물연대, SPC, 철도·지하철 파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일반 노조원, 비노조, 국민들 모두 많은 피를 흘려야 했던 사례입니다.

 

하위 노조가 상위 노조의 눈치를 보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힌 기존 노조는 노동자보다 세력 확장과 정치적인 권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죠. 여기서 MZ노조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MZ노조가 기성 노조와 큰 차이를 둔 점은 상위 노조가 아닌 수평 노조로 '연대'를 형성한 점입니다. 하위 노조가 상위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동등한 지위를 갖자는 것이죠.

 

회사마다 설립 목적에 조금의 차이는 있고, 단체 교섭권을 획득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거대 노조의 강성투쟁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고 있지 않습니다. 노조 안에서도 세력 다툼이 극심하고, 비노조원에 대한 핍박은 또다른 폭력을 낳는 것을 부작용이라고 진단한거죠.

 

기존 노조의 쟁의 행위에 불만이 있거나 노조 가입 제한에 가로 막히면서 설립된 'MZ노조'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출퇴근 전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생기면 경기도와 인천까지 타격이 크기 때문에 노사 간 타결은 수도권 시민들의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 의지는 전국의 지하철 노조를 동요시키기 충분했습니다. 민주노총이라는 거대 노조 산하에 전국 지하철 노조가 '공공운수노조'라는 촘촘한 연대를 맺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노조가 쟁의 행위를 시작하면 민주노총 위원장도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물론 이러한 노조의 쟁의 이유는 표면적인 이유만 봤을 때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무임수송이라는 공익서비스 규정을 만들었으면 이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 달라는 것, 수송원가 상승에 따른 요금 인상을 반영해 달라는 것, 직원 구조조정이 아닌 증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모두 정당한 요구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점은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휴일 근로수당 인정, 부정 채용 방지, 집행부의 일방적인 노사 합의 중지 등입니다.

 

여기서 서울교통공사에는 지난 2021년 2030세대를 주축으로 '올바른 노조'가 결성됩니다. 이들은 2020년 공사의 '콜센터 직고용' 추진을 반대하기 위해 탄생한 이후 채용 비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바른노조 결성 이후 신규 노조 가입자나, 기존 노조에서 옮겨온 직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진 기존 노조 대비 5분의1 수준이지만, 노조원이 1명이더라도 그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올바른 노조 입장에서 사측과 기존 노조는 '한 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득권이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생 노조의 성장을 막아야하는데, 이는 노조 간 카르텔을 불러옵니다. 급여에서 노조비를 공제하는 것이 기존 노조에만 적용이 된다거나, 노조가 다른 노조의 사업장 출입을 막는다거나, 휴일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도록 사측과 기존 노조가 일방적으로 노사합의를 체결했다는 등의 이유입니다.

 

때문에 MZ노조는 기존 노조의 쟁의 방식을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하는 쟁의는 그 방식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불만과 함께요. 

 

송시영 올바른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쟁의 행위는 당연하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회사에 대한 문제만 꺼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반정부 시위하듯 쟁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 사업장마다 상황이나 노조원 입장이 다양하지만 민주노총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교섭권 획득이 쉽지 않다"며 "신생 노조가 성장한다는 것은 곧 민주노총의 세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싶어도 눈치를 많이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예를 보듯, MZ노조의 가장 깊은 고민은 '교섭권 획득'입니다. 교섭권이 신생 노조가 교섭권을 갖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교섭을 해야 사측과 대화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복수노조 결성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사측과 교섭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노조가 한 곳이면 해당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는 뜻입니다.

 

기존 노조가 이 권한을 신생 노조와 나눠 가지고 싶을리가 없지요.

 

신생 노조가 교섭권을 갖기 위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 사측은 물론 교섭권을 가진 노조의 의견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신생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사측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노조가 늘어나는 셈이니 골치 아프고, 기존 노조는 권력 분산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여기에 직군에 따른 노조 가입의 벽에 반발해 탄생한 노조가 있습니다. 사무직 노조의 붐을 일으켰다고 평가 받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가 그 예시입니다.

 

LG전자의 사무직 노조는 서울교통공사의 올바른노조와는 조금 다릅니다. 직군이 어떻든, 기존에 가입된 노조가 있었든 상관없는 올바른노조와 달리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오로지 가입 대상이 '사무직'입니다. 참고로 LG전자의 직원은 기능직과 사무직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그동안 LG전자 단일 노조는 교섭이 기능직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무직 입장에서는 차별을 느껴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사무직 만을 위한 노조가 따로 설립된 겁니다.

 

LG전자의 기존 노조는 민주노총과 양대산맥 격인 한국노총을 주축으로 구성됐습니다. 40년 가까이 하나의 노조가 교섭권을 독점하는 동안 사무직 노조원들의 불만도 커졌겠죠.

 

 

현재 기존 노조원은 8400명이고 사무직 노조원은 2200명 입니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조합원 가입자 수가 기득권 노조원의 4분1 수준으로 생겼다는 것은 사무직들도 교섭에 목이 말랐다는 증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직 중심의 기존 노조는 사무직 중심의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것이 사무직 노조의 입장입니다.

 

MZ 신생노조 출범, '초심잃은 기득권 노조' 반증

 

그동안 사무직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 분리를 두 번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근로 조건이 현격하게 차이가 있거나 고용 형태가 달라야 하는데, 기능직과 사무직은 이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교섭권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가 사측에 반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사측과 기존 노조에서도 신생 노조는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돼 버리는 것 같다"며 "사무직도 기능직과 마찬가지로 쟁의할 권리가 있으므로 다른 노조들도 함께 목소리를 키우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