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외눈박이 대통령"(곽상도),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이광재),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허은아), "정신분열적 외교"(조태용, 윤희숙), "꿀 먹은 벙어리"(김은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윤리강령 또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등에 국회의원 특성에 맞는 인권역량 강화교육 이수 의무를 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국회, 혐오발언 남발해도 인권교육 '모르쇠'
이는 국회의원 및 의원 보좌진에 대한 인권교육 실태가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인권위가 실시한 ‘국회 인권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4대 폭력예방교육(성희롱예방교육·성매매예방교육·성폭력예방교육·가정폭력예방교육) 등 법적 의무가 있는 인권교육 이수율이 저조했습니다. 국회의원 등은 해당 교육 이수율 통계조차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또는 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과정도 없었습니다. '인권교육 의무화 및 이행 강제'와 관련해서는 주요 정당 간 상당한 편차가 있었습니다. 인권 보장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오히려 인권교육에 무신경한 모양새인거죠.
서울 여의도 국회. (사진=뉴시스)
인권위는 "국회의원들의 성폭력 논란, 여성·장애인·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비하, 차별적 발언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련 단체 등이 이에 반발하는 등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런 사건은 개인의 인권 감수성 문제 외 조직의 인권 감수성과도 매우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적 처벌 못해도…법원 "국회의원 '혐오표현'"지적
실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홍기찬)는 지난해 4월15일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라는 표현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낮추어 말하는 말 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인들의 해당 발언이 혐오 표현이라고 본 것이죠.
해당 재판은 장애가 있는 당사자 5명이 전·현직 국회의원 6명(곽상도·이광재·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입니다. 장애인들은 장애 비하 발언을 한 전·현직 의원들을 상대로 각각 100만원씩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소송을 각하 및 기각했습니다.
법원 깃발. (사진=뉴시스)
다만 재판부는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판 또는 비난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 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를 공고화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지속시키거나 정당화 시킬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죠.
해당 사건의 원고인 장애인들은 2020년 5월26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민사8-3부(재판장 강성훈)에 배당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까지 윤희숙·곽상도·김은혜 의원이 차례로 의원직을 사직하면서 의원실로 보낸 항소장이 송달되지 않아 재판이 열리지 못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11월 김 전 의원(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소장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윤 전 의원과 곽 전 의원은 소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재판은 여전히 시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 뇌물 혐의'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