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만나다)임성묵 DSLSM 대표 "장기사용 고민이 친환경 패키지 탄생시켰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벤처와 소상공인 장점 합친 것"

입력 : 2023-01-25 오전 6:00:22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세계 각국에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올해도 친환경은 모든 기업의 화두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꼭 사용해야 하는 포장재의 경우 가장 먼저 교체해야 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내구성과 심미성은 갖춰야하기에 기업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임성묵 디자인스튜디오임성묵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코스테이션에서 네트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임성묵 디자인스튜디오임성묵(DSLSM) 대표는 친환경을 추구하면서도 미적 요소를 챙긴 다회용 친환경 패키지 '네트백'를 만들어냈습니다.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다가 친환경 제품을 만들게 됐다는 임 대표를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코스테이션에서 만났습니다.
 
DSLSM의 네트백은 가방으로 만들어지기 전엔 평면인 것처럼 보입니다. 평면 모양 네트백을 손으로 누르면 순식간에 입체 모양의 쇼핑백으로 변합니다. 네트 구멍 사이로 내용물이 보여 친환경 이미지와 트렌디한 느낌 둘 다 살릴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처럼 원하는 색과 그림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데다 만드는 과정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구매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친환경 패키지는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입니다.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대개 친환경의 대척점에 놓인 물질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재활용,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친환경 소재입니다. DSLSM은 재사용이 가능한 HDPE라는 물질로 만든 타이백으로 네트백을 생산합니다. HDPE는 젖병, 방호복에 쓰이는 소재로, 내구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스튜디오임성묵의 네트백 제품 사진. (사진=DSLSM)
 
임 대표는 물건을 담아야하기에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재활용, 다회 사용에 유리한 타이백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재활용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접착제 등 다른 불순물도 전혀 넣지 않았습니다. 최대 7kg까지 버틸 수 있는 이 네트백은 현재 국내 특허 등록이 돼있고 미국과 중국에는 특허 출원이 돼있습니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다고 했던 업체들도 고객들의 반응 때문에 재구매를 하고 있다"며 "반복 사용이 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디자인학도인 임 대표는 대학생 때 창업을 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무기로 절박함과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 '디자인스튜디오임성묵'으로 사업자명을 정했습니다. 임 대표는 창업 4년차에 자체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지금은 친환경 패키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가 처음부터 친환경에 몰두했던 것은 아닙니다. 임 대표가 군대를 제대할 무렵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MP3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가 사라졌습니다. 다양한 디지털 제품이 많았을 때는 디자인할 제품도 많았으나 스마트폰으로 여러 기기들이 사라지면서 임 대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임 대표는 오래 쓸 수 있는 제품, 계속 생산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임 대표는 "기술에 의해서 계속 바뀌는 제품을 만들면 디자이너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가 있고 충분히 오래 쓰이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습니다. 
 
DSLSM은 지난해에만 50개 업체와 거래했고 재구매율은 40% 이상이었습니다. 월 8000장에서 1만장 정도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배 뛰었습니다. 
 
디자이너스튜디오임성묵의 네트백 파지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가구 제품 사진. (사진=DSLSM)
 
지난해 말부터는 가구 제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네트백을 만들다 보면 매월 100~500kg의 파지가 발생합니다. 이 파지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네트백 소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DSLSM이 직접 수거해서 업체에 보내면 판재성형이 바로 가능합니다. 타이백이라는 고가의 소재에서 버려지는 부분을 재활용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임 대표는 제품디자인업체인 더블유와이엘(WYL)과 협업해 HDPE 업사이클링 판재를 이용한 '플라스틱 마블'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다회용 쇼핑백을 시작으로 부산물을 업사이클 가구로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완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문 디자인스튜디오와 협업해 티테이블, 의자, 소반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대표는 올해 다양한 친환경 패키지 라인을 추가로 선보이고 업사이클링 가구도 본격적으로 홍보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한 '강한 소상공인 피칭 대회' 최종 오디션에서 2위를 거머쥔 임 대표는 앞으로도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임 대표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자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벤처기업과 다르다고 봤습니다. 벤처기업의 경우 투자금이 있어야만 J커브를 그리며 상승세를 타는데 소상공인은 이미 자생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구점만 생기면 벤처기업처럼 소상공인도 J커브를 그릴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임 대표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벤처와 소상공인의 좋은 그래프를 합친 것 같다"며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소상공인이라면 폭발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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