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의장으로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미약품 제공)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시 맞붙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이번 임시 주총은 임종윤·종훈 형제 진영에서 제안한 4건의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4자 연합(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회장·킬링턴 유한회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임시 주총 안건으로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 건과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건, 박준석 사내이사 선임 건, 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 등이 상정됐는데요. 특히 4자 연합에 우호적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하는 안건 가결 여부가 최대 이슈였습니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총 10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중 4자 연합 측 이사가 6명이고, 형제 진영 이사는 4명으로 4자 연합 세력이 우세한 형세입니다. 해임안을 제안한 형제 진영은 박재현 대표이사와 신동국 회장을 해임하고 박준석, 장영길 후보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구도를 6대 4로 뒤집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사회 구성원 해임은 출석한 주식 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 결의 안건입니다. 박재현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안건이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되면서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 됐습니다.
한미약품 최대주주는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41.98%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입니다. 국민연금은 10.23%를 보유한 2대 주주인데요. 국민연금은 앞서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번 표 대결은 소액주주 표심으로 판가름이 날 상황이였습니다. 기관 투자자 등 소액주주 지분율은 39.42%로 소액주주 반대표가 박재현 사내이사,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안건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박재현 대표이사는 오전 9시30분경에 임시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한미약품 이사회 이사진인 신동국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 대주주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한미약품 임시 주총이 4자 연합 승리로 끝나면서 앞으로 형제 진영 세력이 우세한 한미사이언스와의 대결 구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소모적인 임시 주총이 과연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기반의 공고한 리더십을 확인했다"며 "브랜드를 재건하고 발전 방향성을 고민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독립경영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미약품은 기존의 업무 위수탁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고 세부 부분에 대한 조정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임시 주총이 끝난 직후 주주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배포했는데요. 임 대표는 "주주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면서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