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 시선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범비윤(비윤석열)계 주자로 주목받았던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반윤(반윤석열)계 유 전 의원의 출마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겁니다.
침묵 이어가는 유승민…유일한 '반윤' 주자
여의도 정치권은 25일 나 전 의원 불출마 직후 유 전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당대표 관련한 행보를 중단한 상태”라고 전하며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지지부진하자 지난 15일 “민심을 버리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만 아부해서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는 글을 남긴 채 지금껏 침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중 유일한 반윤 주자인 유 전 의원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6~18일까지 조사한 '7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유 전 의원(30.7%), 나 전 의원(20.7%), 김기현 의원(19.1%), 안철수 의원(11.1% 순으로 꼽았습니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유 전 의원은 차기 당대표 지지도에서 23.1%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안철수 의원(11.6%), 나 전 의원(11.5%), 김 의원(9.7%)과 비교하면 굳건한 민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두 여론조사는 지난 20일 공표(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됐습니다.
유승민 낙선하더라도 '반윤 구심점' 가능
국민적 지지와 선명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당원 100%’룰은 유 전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는 대목입니다. 당 지도부가 당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 70%, 여론조사 30%에서 당원 투표 100%로 변경하면서 유 전 의원이 예비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민심 1위인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변수는 80만명으로 불어난 책임당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만명에 그쳤던 국민의힘 당원 수는 ‘이준석 체제’를 거치면서 네 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유 전 의원과 색채가 비슷한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투표율이 45.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지난 1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80만 당원 중에서 이준석 대표 체제 때 들어온 당원들도 꽤 많다”며 “그분들이 투표를 할지, 투표를 한다면 누구에게 투표를 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대표의 출마가 향후 정치 행보를 가늠해 볼 중대 기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이 여기서 접으면 사람들은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8~10%가 유 전 의원의 세력이구나 생각하게 된다”며 “다음 행보를 할 때도 지금 수치가 기준점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 전 의원이 차기 당권 고지를 탈환하지 못하더라도 '반윤 구심점'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