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미국 보호주의 무역 리스크에 석유업계도 노출됐습니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올해부터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에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SAF는 곡물이나 식물, 해조류,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항공유로 최대 80%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항공유 최대 수입국이 한국인데, 국내 정유사는 아직 SAF 생산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SAF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업계가 탄소 감축을 이유로 SAF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2025년부터 EU 내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의 혼합사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혼합 비율도 2025년 2%에서 2050년 63%까지 점차 확대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도 흐름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3배가량 비싸고, 생산이나 급유 인프라가 부족해 아직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내 정유사들은 아직 생산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한 비행기가 급유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SAF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은 없고 최근 시설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시설을 갖추는데 최소 4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까지 기름 찌꺼기와 폐식용유, 땅에 떨어진 팜 열매 등 비식용 자원을 원료로 활용한 바이오항공유·바이오디젤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계획입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대한항공과 국내 바이오 항공유 제조·사용기반 조성 △국내 바이오 항공유 사용을 위한 시장 조사·R&D 등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CLX)에 친환경 항공유 생산을 위한 공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AF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검토 중이고,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SAF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는 구체적으로 SAF보급목표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2028년 1%에서 시작으로 2050년까지 20%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률은 2040년 8%, 2050년 16.5% 수준입니다.
정유사들은 장기적으로 SAF에 대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대응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합니다. 법에 SAF를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내 생산을 목표로 한다면 체계적인 자금지원과 행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가능항공유가 세계적인 트렌드인 만큼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투자 유인책을 마련해달라"라며 "SAF 생산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합리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몇년 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 등은 이러한 항공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SAF 보급 정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추진 협의회'가 출범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항공유 생산·수요(정유-항공) 업계가 참여하는 실증사업을 올해와 내년에 거친 후 2025년 품질기준 마련, 2026년 국내 도입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