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 대학생 A씨는 신학기를 앞두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찾아 헤맸지만 매번 허탕 치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키 172cm 이상 훈훈한 외모의 남성', '남성 우대' 등 특정성별을 요구하는 공고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A씨는 "음료를 제조하는 데 성별이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 여성인 B씨도 물류창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분통을 터트려야했습니다. 남녀의 노동 차이가 없는 단순 '라벨 부착·포장 업무'인데도 남성은 11만원, 여성 9만7000원으로 임금 문구가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B씨는 같은 노동에 다른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근로자 모집·채용 때 특정 성을 우대하거나 직무와 관계없는 외모적 요건을 요구하는 '성차별적' 구인 광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서면 경고를 받은 위반 업체 중 또다시 성차별적 구인 광고에 나서는 등 800건이 넘는 곳이 적발됐습니다.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모집·채용상 성차별 모니터링 및 조치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달간 주요 취업포털의 구인광고 1만4000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인 모집·채용광고 의심 업체는 924곳에 달했습니다.
모니터링 분석을 보면, 성차별적인 광고를 많이 올린 곳은 아르바이트 모집 업체로 78.4%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21.6%는 서비스직, 무역·유통, 교육, 생산·제조, 영업·상담분야의 구인 공고에서 발견됐습니다.
단순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모집할 때도 '남자 사원모집', '여자 모집' 등 특정 성별만 모집·채용하거나 '여성 우대', '남성 우대' 등과 같은 성별 우대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성별에 따라 다른 임금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주방 이모', '훈훈한 남성' 등 직무와 연관이 없는 특정 외모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부가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0~11월까지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법 위반 의심 924곳을 실태 파악한 결과 이 중 811곳에서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1개 업체는 지난 2020년 서면 경고를 받았으나 재차 성차별적인 구인 광고를 게재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고용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입건 업체를 사법 조치할 계획입니다.
구인 광고상 모집 기간이 지난 577곳은 서면경고를 조치했습니다. 모집 기간이 지나지 않은 233곳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한 상황입니다. 현행 서면공고 또는 시정조치를 받은 사업주가 재차 적발될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윤수경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올해부터 모집·채용 성차별 문제 모니터링을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모니터링 대상도 1만4000개에서 2만개로 확대할 것"이라며 "성차별 광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에 신고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1만4000개의 구인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811개 업체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채용박람회 공고를 살펴보는 구직자.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