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조재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퀄컴, 구글과 손잡고 XR(확장현실) 삼각동맹을 선언했습니다. XR이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등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VR과 AR의 기능을 합친 MR에서 한발 더 진보한 기술을 뜻하죠.
이같은 내용은 2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S23 언팩 행사에서 '깜짝발표' 됐는데요.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가진 퀄컴, 모바일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구글과 힘을 합쳐 미래 디바이스 기반의 XR 기기 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착수합니다. 이는 연내 공개가 예상되는 애플의 MR 헤드셋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지난해 MWC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가운데)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왼쪽),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3사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이날 언팩 행사 말미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오늘날 우리는 차세대 XR 경험을 함께 구축함으로써 다시 한 번 모바일의 미래를 변화시키고 가운데 이 미래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밝히기 위해 언팩 무대에 아주 특별한 두 분을 초대하게 됐다"며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과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을 호명하며 무대 위에 함께 올랐습니다.
먼저 아몬 CEO는 "퀄컴과 삼성은 25년 이상 파트너십으로 오랜 협업을 통해 최고의 모바일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노트북, 태블릿, XR 등 다른 갤럭시 제품에서도 차세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XR에서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몰입도 높은 디지털 경험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스냅드래곤 XR 기술을 앞세워 삼성의 제품, 구글이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현실로 만들고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몬 CEO는 이번 갤럭시 S23 출시를 양사의 협력이 이루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았는데요. 그는 "갤럭시S23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전력 효율적인 스냅드래곤에 의해 작동된다는 사실에 흥분된다"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에 기쁨을 표했습니다.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은 "구글이 오랫동안 투자해온 공간인 AR과 VR은 경험과 기술 모두를 아우른다"며 "차세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록하이머 수석 부사장은 구글 역시 오랜 기간 XR 관련 시장에 투자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삼성, 퀄컴과의 협업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가운데)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왼쪽),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체험존에서 갤럭시S23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날 제품 개발 여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 파트너십 발표를 기점으로 3사의 XR 생태계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태문 사장은 언팩 행사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퀄컴은 여러 제조사와 협력하며 기술을 발전시켜왔고 구글은 컨텐츠 플랫폼 업계 최강자"라며 "칩셋과 플랫폼의 강자인 퀄컴과 구글, 여러 디스플레이 센서 하드웨이와 제품을 잘하는 스마트폰 리더인 삼성 모바일이 합쳐서 제대로 된 XR 생태계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노 사장은 아몬 퀄컴 CEO와의 관계도 언급했는데요. 그는 "아몬 CEO와는 과장 때부터 알고 지내 20년 동안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며 "여러 주요 리더들과도 모바일 업계 발전과 고객 만족도를 위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약 10조40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368억달러(약 180조8000억원)으로 연평균 76.9% 성장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100만대였던 XR 기기 출하량이 올해 3000만대로 증가한 이후 2025년 1억500만대로 4년 만에 10배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