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부터 시작된 방송통신위원회 흔들기가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압력에서 출발한 현 사태는 압수수색과 현직 공무원의 구속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달 말부터 상임위원들의 임기 만료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업무 공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6기 방통위가 들어설 때까지 업무가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방송통신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의 정책 추진에 위기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5일 방통위 및 업계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방통위와의 업무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토로가 늘고 있습니다. 바뀐 대내외 환경 속에서 법개정을 논의하려 해도 "웬만한 결정은 사실상 9월까지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들었다"는 언급도 합니다. 당장 법개정이 절실한 사업자들이나 방통위 정책과 연관된 사업자들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기 방통위 이후 새로운 체제가 구성되기까지 인사청문회 등으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9월'까지 업무 올스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통위 압박의 시작은 지난해 6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 참석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사퇴압력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이후 방통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고, 검찰의 압수수색도 지난해 9월, 11월, 12월 세차례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에 실무적 지원업무를 맡은 국장과 과장은 최근 구속기소됐습니다.
외부 압력에 따른 업무 마비는 다음달 말부터 시작되는 상임위원 퇴임과 맞물려 확대될 수 있습니다. 안형환 부위원장의 임기가 3월30일 끝이 나고, 김창룡 상임위원도 4월5일까지입니다. 김창룡 위원의 경우 대통령 추천 몫이기에 바로 지명될 수 있지만, 안 부위원장 자리를 놓고는 여야 간 대립이 팽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민의힘으로 추천된 안 부위원장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추전 몫이었기에 야당에서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6기 방통위 체제가 들어설 때까지 힘겨루기로 인해 공석이 될 상황이 큽니다. 합의제 구조인 방통위의 원활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조직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통신 환경 속에서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시장을 규제하는 방통위의 업무공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4월에 재승인 기간이 종료되는 TV조선 재승인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제대로 된 심사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020년 담당 국과장들이 구속기소되면서 외부 심사위원을 꾸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앞서 다음달에는 MBC 사장 선임 절차도 예정돼 있습니다. 당장 이날 나온 2023년 업무보고 자료만 봐도 방통위 정책에 힘이 빠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 강조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팩트체크 사업이 제외됐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방통위는 공영방송 평가체계 개선, 방송의 ESG 성과평가 신설로 갈음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