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감사원 감사, 검찰 압수수색, 국무조정실 감찰의 대상입니다. 조직 안팎의 상황이 쉽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진행된 정부의 행정 업무는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 위원장이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입니다.
이날 오후 5시께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며 "방통위를 대상으로 한 모든 감사, 감찰 등이 위원장의 중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즉시 중단돼야 할 부당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조직 안팎의 상황이 쉽지 않더라도, 주어진 임기 내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습니다.
지난해 11월7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상혁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31일까집니다. 오늘로부터 약 202일이 남았습니다. 한 위원장은 올해 열린 첫 방통위 전체회의를 마무리하며 "많은 어려움이 산재돼 있고 앞으로도 예상되는 시점이지만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디어 변화에 따른 제도 정비와 국민불편해소 노력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정황 발견을 이유로 지난해 6월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기 시작했고, 같은해 9월, 11월, 12월 세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겪었습니다. 검찰은 이같은 혐의로 방통위 국장과 과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지난 3일부터는 국무조정실의 감찰을 받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의 현행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입장문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는 방통위원들이 협의해 선임한 심사위원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의 의결절차를 거쳐 재승인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됐다"며 "국과장을 비롯한 사무처는 심사와 의결절차를 사무적으로 지원하는 한정적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진행된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담당 국장과 과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방통위를 목표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위원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방통위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방통위와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방송통신 기관들을 중심으로는 "논의 진척이 잘 안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감사와 관련된 수십명의 직원들은 피로감을, 조사를 받지 않은 직원들도 예외없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