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윤혜원 기자, 이강원 수습기자]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후 6년 만에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3차 소환을 요구하고,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추가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을 고발하는 등 윤석열정부가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인 데 따른 대응 성격입니다. 게다가 민생경제·안보 위기, 이태원참사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재명 비롯한 민주당 의원 80여명 '장외 집결'
민주당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표를 필두로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 80여 명은 물론 권리당원, 지지자,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경찰 추산 약 2만5000명(주최 측 추산 30만명)이 몰려 윤석열정권을 비판했습니다.
지지자들은 집회에 앞서 ‘윤석열정부 난방비 폭탄 해결하라!’, ‘검찰독재 규탄한다’ 등과 같은 메시지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 대표의 지지층에서는 이 대표의 사진이 담긴 스티커 등을 나눠주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민주당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오후 3시 민주당 전국위원장들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분위기는 고조됐고,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현장에 도착하자 함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대책, 민생 위기, 이태원참사 등 각종 현안은 물론 검찰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 전방위적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 대표는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독재정권 아닌가”라며 “정치가 아닌 정쟁을 하고, 상대를 죽이려는 정치보복에 국가역량을 낭비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추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패장인데, 정쟁에서 졌는데, 삼족을 멸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 삼겠다”며 “역사적 소명을 뼈에 새기겠다. 어떤 핍박도 의연하게 맞서고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을 향해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 말라. 국민을 아프게 하지 말라”며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 몰락한 이명박·박근혜정권이 갔던 길을 다시 선택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장외 집회서 터져 나온 '김건희 특검·이상민 탄핵'
특히 이날 행사에는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 박범계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 송기헌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 등도 총출동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고 이태원참사의 책임을 물어 반드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우리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서로 손을 잡고 위기를 이겨내 민주주의와 민생을 반드시 지켜내자”고 외쳤습니다.
민주당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사진=뉴스토마토)
우 의원도 “이렇게 무능한 정권은 헌정사상 없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이 장관만 지키기에 혈안이 돼있다.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성남FC로, 대장동으로 소환하고, 쌍방울이니 백현동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인권탄압이고 수사권 남용으로, 검찰이 권력을 독점해 전 정부 탄압, 이 대표 탄압, 정적 제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사진=뉴스토마토)
당원과 시민들은 윤석열정부의 규탄을 위해 지속적인 집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당원 강준호(39세, 남성, 경기도 부천)씨는 “여야를 떠나 윤석열정부는 국제 수출, 민생, 안보를 파탄 냈다”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집회를 계속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이 처리되고, 이 장관이 탄핵되고 윤 대통령의 퇴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일반 시민 A(70세, 여성, 서울 동작구)씨는 “나라가 망할 것 같다. 전쟁이 날 것 같다”며 “나라를 위해서 윤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트레스가 풀리고 너무 좋다”며 “윤 대통령의 나라 운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신경 안 쓰고 소리를 지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당원들과 시민들의 외침을 듣던 양경숙 의원도 <뉴스토마토>와 만나 “국민과 당원의 민심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왔다”며 “오늘 와서 제대로 확인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규탄대회가 열린 세종대로에서는 임시 벽을 사이에 두고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열렸습니다. 보수단체 측에서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면서, 연설 중간중간 발언하는 의원들 등은 불쾌한 표정을 짓는 등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장윤서·윤혜원 기자, 이강원 수습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