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왼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 참석,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5일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발 윤심 발언을 없게 해달라'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한 것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윤연대'(안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 연대)라는 표현을 누가 썼나. 정말 잘못된 표현으로 대통령과 당권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지금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며 "그것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로 후보가 대통령과 동격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직격했습니다.
그는 "지금 당대표를 뽑는 선거이지, 대통령 후보 선거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그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의원의 의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의심했습니다.
이 수석은 "둘째로 선거가 과열돼 그런지 모르지만, 일부 후보들이 대통령실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로,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하고 국정운영을 하고 계시겠나"며 "그것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와 같은 표현은 앞으로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안 의원이 더 이상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고, 정책과 후보들 간의 논리로 선거에 임해줄 것을 부탁드리고자 비대위원장을 찾아왔다"며 "비대위원장에도 그런 뜻을 충분히 전했고, 그에 따라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안 의원이 아닌 정 비대위원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안 의원이 비대위원장과 선관위원장을 향해 글을 올렸으니 여기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저희 대통령비서실은 후보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저는 지금까지 정무수석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전당대회에 대해 논의하거나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은 적'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번 정 비대위원장 면담이 대통령 지시냐는 물음에 "(안 의원이) 이런(안윤연대) 표현을 쓴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도 내용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특정 당권 후보를 선호하는지에 대해 "마음속으로야 할 수 있겠다. 저는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 표가 없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은 표가 있다. 표가 있는 분이 한쪽으로 가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공적으로 그렇게 하실 분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안 의원이 이날 대통령실이 선거에 개입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윤 대통령 반응에 대해 "공식적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아마 저한테 말씀 주신 뉘앙스는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마라'였다"며 "오히려 먼저 후보들이 (대통령을) 끌어들으니 그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통령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은 자기들끼리 논쟁하는 이야기고, 후보들끼리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 지금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정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면 안 된다. 후보들이 먼저 끌어들여놓고 마치 대통령한테 덮어씌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니까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나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직접적인 표현은 안 하셨지만, 아마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안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클린선거·공정선거를 위해 요청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윤심 논쟁이 계속되지 않도록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 비대위원회와 선관위에 요구했습니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자신의 요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안 의원의 이번 요구는 최근 '윤심은 안철수 반대편에 있다'는 친윤(친윤석열)계와 대통령실의 공세와 더불어 대통령실발로 '윤심이 안 의원에게 없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잇따른 데 따른 대응 성격이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