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금) 토마토Pick은 글로벌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은 RE100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인데요. ESG 시대에 RE100 가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글로벌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글로벌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RE100이란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를 줄인 말로 2030년까지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할 때 재생에너지 전기만 쓰자는 민간 주도의 세계적 운동을 뜻하는데요. 여기서 재생에너지는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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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을 추진하는 목적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게끔 하는 게 목적입니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입니다.
RE100의 시작과 배경
RE100은 2014년 영국 기반 비정부기구(NGO)인 '더 클라이밋 그룹'이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애플과 구글, BMW, 이케아 등 34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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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택이 아닌 필수인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운동이기에 RE100의 구속력은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요. 문제는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RE100 준수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인데요.
☞관련기사 협력사가 맞추지 못한다면 투자를 받지 못하거나, 수출 루트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이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이들끼리 거래를 지속할 경우 타기업은 글로벌 영업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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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도 피해갈 수 없어
결국 RE100은 단순한 민간 주도의 운동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수출규제로 작용하는 셈인데요. 당연히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국내 제조기업 중 대기업은 28.8%가, 중견기업은 9.5%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관련기사 KDI국제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한국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지 않았을 때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한다고 추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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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세·인플레감축법까지
…높아지는 무역 장벽
기업들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CBAM)인데요.
-미국 인플레감축법 : 지난해 8월 IRA를 시행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큰 폭으로 감축하기 위해 369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관련기사 이를 위해 북미산 친환경 전기차에 대해 각종 세금감면 및 보조금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여파로 국내 대미 전기차 수출 증가율이 전년동월대비 크게 둔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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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 이르면 2026년부터 철강 등 수입 공업품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CBAM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CMAM이 시행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일종의 추가 관세를 내게 되는 셈인데요. 한국은 지난해 EU지역에 43억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입한 만큼 관련 업계의 타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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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RE100(K-RE100)
한국형RE100(K-RE100)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K-RE100은 기업의 글로벌 RE100 이행을 위한 기반 마련을 지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희망하는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의 재생에너지 적용 활성화를 위해 시행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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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자체건설 : 전기소비자가 자신이 소유한 부지나 건물에 자가용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해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에너지관리공단에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 신청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내역을 제출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음
-녹색프리미엄제도 :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소비자가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의 녹색 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고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로 한전에서 공고하는 녹색프리미엄 입찰에 참여해 희망가격과 연간구매물량을 제시하면 구매 하한가격인 이상 제출한 고객 중에 가격이 높은 순으로 공고된 물량을 낙찰받음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방식 :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소비자(입주기업 포함)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의 의무이행에 활용되지않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에너지공단이 개설한 RE100 인증서(REC)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정받는 제도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 한전 중개로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재생에너지전력을 구매하는 제도로 한전은 발전 사업자로부터 구매계약을 맺고, 기업과는 판매 계약을 맺게 됨
-지분투자 :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해당 발전사업자와 제3자 PPA 계약을 통해 전기와 REC를 모두 구매하거나 또는 REC 계약을 별도로 체결해 구매하는 형태로 전기소비자는 전기 또는 REC를 구매하고 받은 REC를 RE100 관리시스템에 제출하는 제도
국내 주요 참여 기업은?
전세계 340개가 넘는 기업이 RE100에 동참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2020년 SK그룹이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했습니다.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도 2021년에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관련기사 그 다음해인 2022년에 삼성전자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약속하며 이에 동참했는데요.
☞관련기사 이밖에도 네이버, KT, 아모레퍼시픽 등 모두 27개 기업이 RE100에 가입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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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불리한 이유
다만, RE100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과는 별개로 한국은 재생에너지 생산 및 활용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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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적 여건 : 국내 국토면적이 좁고 수력·바이오 에너지 잠재량이 적기 때문인데요.
☞관련기사 2020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OECD평균(약 30%) 4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관련기사 그마저도 생산 전력은 한국전력의 배·송전망을 이용해야해서 기업들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쓸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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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대비 높은 단가 : 발전량이 적으니 단가도 해외보다 비싸고 '녹색프리미엄' 가격도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은데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RE100 가입이 비교적 늦은 것도 국내 친환경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하고 가격이 높은 게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관련기사 국내 기업들도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꼽았으며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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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RPS 하향·원전 확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연도별 RPS를 올해 13%, 내년 13.5%로 기존보다 하향 조정하고 25%를 달성하는 시점은 2030년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관련기사 또한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원전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보고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보급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속도를 늦추고, 신규 원전 건설 등을 통해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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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 “원자력은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창양 산업부장관 :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21.6%)는 환경을 고려하면 도전적인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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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 있는 발전이 중요하다”
원전과 RE100은 공존할 수 있을까?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원자력이 '친환경'이다, '반환경'이다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RE100에 원자력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환경 이슈에 민감한 투자자와 소비자를 의식해서 시작한 게 RE100인데 이들이 핵폐기물을 만드는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죠.
☞관련기사 마이크 피어스 RE100 대표도 "원자력은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아니다"라며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원전은 RE100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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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RE100의 미래는?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정부에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 재생에너지 구매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 인정(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순으로 집계됐는데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력거래계약(PPA) 부가비용 최소화와 녹색요금제 추가비용 면제, 인센티브 확대 등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과제들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가 RPS를 하향 조정하고 원전 확대를 선언하면서 당분간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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