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확장억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전례 볼 때 미국의 속내와 우리의 희망사항 간 괴리 클 것”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8일 <뉴스토마토>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한미가 ‘확장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현재와 차별화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해군 중령 출신으로 현역 시절 국방부에서 북한 대량살상무기(WMD)담당, 대북 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등을 지냈으며 ‘선군시대 북한의 군사지도·지휘체계’로 박사학위를 받은 민간의 대표적인 군사·안보 전문가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건군절(조선인민군 창건일)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대해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열병식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군사적 행동 수위를 더욱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8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북한이 오는 2월 7차 핵실험이 아니라 다른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고 최근 무인기 사건처럼 본질적인 도발이 2월 중순부터 3월 초 사이에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핵실험 외에 어떤 걸 염두에 두고 있는 건가요.
북한이 현재 대내외적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할 것인지를 상상하고 예측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2023년을 ‘전환의 해’로 여기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확대, 한미일 군사협력 등이 경제에 매진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은 윤석열정부가 국내 정치상황과 맞물려 강경한 군사적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현재 군사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의 군사적 충돌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정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북한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남한이 잃을 것이 더 많을 겁니다.
대외적으로도 북한은 현재 국제질서를 신냉전이자 진영화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대만문제 부상,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등 미국이 감당해야 할 전선이 확장된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발생은 미국을 대단히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나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핵 관련 활동 강화도 있을 수 있고, 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해 무인기 침범도 있었지만 주체가 불분명해서 대응이 어려운 사이버전, 전자전 등 회색 지대 전쟁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9·19 군사합의 유지 여부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북한 주민을 가장해 침투하거나 대남 전단 살포 등 미끼를 던져 군사 충돌을 유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으로 인해 해외의 공관이나 파병 군인들에 대한 테러도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한미 간에 잇따라 국방장관, 외교장관 회담을 하면서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이번 회담은 미국과의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고 전략자산 상시 배치에 준하도록 전개 빈도와 강도를 보다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토 등 전례를 볼 때 미국의 속내와 우리의 희망사항 간 괴리가 클 것 같습니다. 현재와 차별화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겁으로 보입니다. 군사적으로만 보더라도 확장억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확장억제에 있어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한 우리의 요구를 미국이 아무 대가 없이 순순히 응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확장억제 강화를)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사드 문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그리고 한미일 군사협력과 연결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한미 간에 비군사적인 분야, 경제 분야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략자산의 전개 확대 역시 비용에 관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방위비 분담금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한미일 군사협력, 실제로는 대중국용”
-최근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간의 협력 강화도 눈에 띕니다.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촉진을 위한 방안들을 함께 발전시켜나가고 조만간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이와 관련된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미일 군사협력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요.
현재 한미일 군사협력이 내세우고 있는 북핵·미사일 위협은 명분에 불과합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실제는 ‘대중국용’이라고 봅니다. 현재 한미일 간에 돌아가고 있는 많은 것들이 미중 대결 속에서 미국이 구상하는 그림대로 그려지고 있다고 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주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꿈인데, 이게 단계적인 진화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에 위안부 협정,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같은 맥락이고, 현재 원칙도 없는 한일관계 개선 역시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의 경우, 미일 동맹을 중심축으로 우리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의 전위대를 자처한 모양새로,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와 대만 문제에 연루 위험 등 한미일 군사협력의 후유증이 분명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방식이나 형태의 한미일 군사협력은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가 아니라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우리 정부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합니까.
나토 사무총장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더 큰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나토의 아시아·태평양(아태)에 대한 접근이자 아태의 나토화이라는 점에서 주한미군, 유엔사, 주일미군, 유엔사 후방 기지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의도와 일치하고 결국 우리의 대외·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8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어떻게 정리하고 계십니까.
대응 실패가 아니라 안보 무능이 불러온 참사입니다. (윤석열정부가) 북한군의 전술·전략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예측하지 못해 허를 찔린 게 핵심이지요. 현 상황에서 무인기 대응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드러난 군의 허술한 초동조치는 단순히 기술적인 제한 사항만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 군의 작전지휘 체계와 대응능력의 불편한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영공, 즉 국민의 머리 위가 뚫린 것인데 일부에서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비행금지구역 침범만을 강조하고 대통령실 이전에 집착하는 것 역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스스로 정쟁화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후조치라고 봅니다. 윤 대통령이 나서서 무인기를 올려 보내 정전체제 유지의 근간인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유엔사를 무시하는 담대함까지 보였습니다. 그것도 부족해 확전 각오와 압도적이고 우월한 전쟁 준비를 지시한 윤 대통령은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초법적 위기 관리 메시지로 인해 자위권 행사 차원을 넘는 (북한의) 공격적 군사행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확전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까지도 만들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에는 문책이 필요하겠지만, 미흡한 부분을 조속히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보완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무엇보다 가장 정직하고 당당해야 할 국방부와 군이 정치에 휘둘려 한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안보 문제를 스스로 정쟁화하는 오만함과 무능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상황공유와 전파체계 그리고 작전상 미비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은 솔직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이 우리의 분열’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관련자의 책임에 무조건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 열병식 이후 군사적 행동수위 높여갈 가능성 커”
-북한 무인기가 또 온다면 현재 상태에서 막을 수 있을까요.
훈련이 부족했다며 지난 정부 탓만을 하면서 합동드론사령부 조기 창설과 관련 무기 개발을 빨리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결국 반성 없이 현존하는 군의 기득권만 더 강화하는 겁니다. 북한이 바보가 아니라면 똑같은 방식을 단기간에 반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좀 더 복합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또 다른 우리 군의 약점을 파고들 겁니다. 정확한 진단과 반성이 없다면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졸속적인 무기 개발과 군사적 맞대응에만 치중해 위기만 고조되고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군비 증강만 하게 될 겁니다.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서 특별히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을까요.
내용적으로도 국방력 강화의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신형 무기와 함께 새로운 히든카드를 가지고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열병식이 마치 북한이 자랑하고 싶은 신형 무기를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물론 어떤 무기를 새롭게 공개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말 열린 제8기 6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대적투쟁의 중심 표적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열병식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열병식과 연속선상에서 군사적 행동 수위를 더욱 높여갈 가능성이 큽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