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 빠진 납품대금연동제 '불협화음' 로드쇼, '벚꽃엔딩' 될까

납품대금연동제 첫 로드쇼에 4단체장 불참
중기부, 행사 직전 "유감" 장관 글 공유
행사 불참했지만 각 단체 로드쇼는 준비중

입력 : 2023-02-08 오후 5:59:0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유감입니다. 일정 조정을 진행했음에도 대기업 관련 경제 단체 모두 불참을 통보해 왔습니다. (중략) 행사 당일까지 진심으로 그 길을 함께 가자고 소리없이 외치며 기다리겠습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 대변인실은 이영 중기부 장관이 지난 3일 새벽 페이스북에 쓴 비감을 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이날 중기부가 KT 우면연구센터에서 개막한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설명회)'가 열리기 직전이었습니다. 경제단체들이 제도 정착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단체장급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은 데 대한 불만 표시였습니다.
 
대기업 경제단체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과거 상생 관련 행사에도 단체장 참석 사례가 드물었기에 이미 다른 일정이 잡힌 회장 참석 요청에 당황했고, 중요한 건 협회장의 행사 참석이 아닌 실무라는 반응입니다.
 
속내가 어찌됐건 올해 10월4일 시행되는 남품대금연동제(개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가 정착 준비 단계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3~4월 협·단체 주관 로드쇼 일정에는 각 단체의 이름이 올라 있는 만큼 아직은 실망하긴 이릅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8일 서울 서초구 KT 우면 연구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 개막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숙원 행사에 경제단체장 불참 "유감"
 
앞서 한국무역협회를 포함한 경제 5단체는 지난해 11월 납품대금 연동제 반대 공동성명을 내고 계약법 원칙 훼손과 중소기업 자금난 가능성, 법률 리스크 등을 주장했습니다. 계약 내용 결정·변경은 당사자에게 맡겨야지, 이를 강제하면 거래 질서에 혼란이 온다는 내용입니다. 중소기업이 위탁기업일 때 원자잿값이 오르면 대금을 추가 지급해야 하고, 수탁기업일 때는 가격 하락시 대금 감소로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는 잘못된 거래질서를 바로잡아 중기 경영과 근로자의 적정 임금인상, 일터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왔습니다.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통한 생산비용 절감을 벗어나야 한다며 법안 통과도 촉구했습니다.
 
납품대금 연동 예외 사유도 쟁점입니다. 상생협력법은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합의한 경우 등을 납품대금 연동 예외 사유로 합니다. 이를 두고 대기업의 비연동 요구를 어느 중소기업이 거절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로 합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거 하지 말기로 합의해, 아니면 다음에 거래 없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가 그걸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대한상의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와 중소기업 단체, 대기업이 오랫동안 모여서 타협한 산물이고 제도가 첫 시행하는 단계라는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경제단체 '반대'서 '부작용 최소화'로
 
그래도 이날 4단체장 행사 불참을 '강대강 대치'로 볼 수만은 없습니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단체 모두 연동 대상 물품의 민감한 정보를 약정서에 적어야 하는 점이 일부 기업에 부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합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굉장히 비밀스런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관련 자료를 다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비연동이) 합의되는 부분도 없지 않기에 제대로 한 번 시행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단체 관계자도 같은 취지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크게 불만을 드러내기보다는, 일단 시범사업을 충분히 검토한 뒤 부작용 최소화에 나서자는 것이 경제단체들 입장입니다. 중기부는 지난해 9월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6개월 뒤 성과를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영 장관은 올해 납품대금연동제가 정착되지 않으면 법 개정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4단체 로드쇼는 4월 마무리되는데, 중기부와 경제단체가 머리를 맞대 '벚꽃엔딩'을 이끌어낼 지 궁금해집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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