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해외 장비사들은 평가를 합니다. 납품 기업이 전시장에 나오는지 아닌지 말이죠. 에릭슨에 납품하는데, 눈도장은 찍어야 합니다.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자리를 빌려 나오는 겁니다."
CES 대비 4배 높은 전시장 대관료 지불에도 국내 한 기업이 매년 MWC를 빼먹지 않고 찾는 이유입니다. 협력하고 있는 회사나 새로운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빈손으로 올 수 없으니 최소한 전시장은 마련한다고 설명합니다.
코로나로 멈췄던 행사가 지난해 3년만에 재개됐고,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합니다. 비싼 돈을 내고 부스를 대관하고, 손님을 맞는 마당에 이왕지사 관람객, 바이어도 많아 주목을 받는다면 좋을 겁니다. 특히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해외기업들이 장악한 통신장비 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의 생존은 어찌보면 수출에 달려있습니다.
MWC2023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MWC2023에는 국내기업 130여개가 참가했습니다. 한자릿수에 불가한 대기업을 빼고 나면 100개 넘는 기업이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입니다. 직접 참가를 하기도 하지만,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KITA), 대구 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등 기관 단체를 통해 참가한 수도 적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MWC는 비싼 대관료에 비싼 입장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진짜 사업에 필요한 사람들만 오라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알기에 정부도 여러 협회와 기관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사업자들에게 MWC가 지닌 의미, 특성 등을 종합해볼 때 일부 사업자들은 국내의 통신정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국내 통신 정책의 키를 쥔 장관의 참석 유무를 떠나 지속가능한 정책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특히 과기정통부 산하에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연구개발(R&D) 기관들이 있습니다. 이 R&D 기관과 연결해 통신과 관련된 R&D를 최소 1년 전부터 미리 짜고 기술을 개발해 세계 통신 무대로 불리는 MWC에 소개를 하거나 국내 기업과 연계해 기술이전 등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전시회 준비 자체가 직전연도 말 예산이 잡히느냐 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ICT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12월 예산 통과 규모에 따라 2월 전시회 참여 기업을 받고 있는데, 준비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선행된 예산으로 세계시장에 선보일 기술을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WC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 로비. (사진=뉴스토마토)
더구나 예산마저도 삭감되는 추세입니다. 과기정통부 2023년도 예산사업설명자료를 보면 스마트서비스창출기반확출을 위해 올해 예산을 12억820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지난해 15억원, 2021년 19억원 대비 매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예산은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도 분산돼 있습니다. 미리 준비를 하고 대응을 해야 하는 행사인데 예산에 따라 준비 여부와 규모 등이 결정되다 보니 결국 준비하는 기업들의 위상이 낮아지고, 이는 결국 MWC의 위상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무부처 역할론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통신산업의 진흥을 맡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R&D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상용화 시켜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바우처 제도와 같이 시제품을 만들고 마케팅도 할 수 있도록 지원의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MWC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러한 전시회에 나올 때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됩니다. 코트라처럼 한국관 내 스타트업을 모아 놓는다면 마케팅이 강화될 수 있는데, 품목별로 묶지 않고 기업들이 각개 전투를 벌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MWC에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는 통신장비 기업 17개사를 모아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이한범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부회장은 "수산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모여있어 일부러 찾아가는데, 통신장비 경합관도 이러한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며 "업체들끼리 경쟁심리가 있어 부담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바이어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수산시장에 가듯 통신장비 부스에도 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